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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사랑의 마스크, 정치의 마스크

“아들아, 마스크 꼭 쓰고 다녀라.”

어느 추운 겨울, 흰 천 마스크를 씌워주면서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감기 걸린 어린 아들이 등굣길 칼바람을 덜 맞기 바라셨다.

다른 아이들에게 감기 옮기지 말라는 배려이고 행여 아들이 거추장스럽다고 벗을까 예방주사처럼 놓은 신신당부기도 했다.

네, 네, 네 답은 해놓고 항상 얼마 안 가 까맣게 잊는다. 마스크 쓰고 왔는지 조차 까먹고 신나게 뛰어놀면 그날 밤 열이 더 펄펄 끓을 때도 있었다.



아들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지금도 어머니의 잔소리는 한결같다. 마스크 꼭 써라, 기침할 땐 입 가리고 해라, 집에 오면 손발 깨끗이 씻어라…. 어느 부모가 그렇지 않겠나. 자식이 아프지 않길, 자식이 아프면 차라리 내가 대신 앓았으면 한다.

그 ‘걱정’과 ‘염려’, ‘사랑’이 녹아있는 마스크가 지금 미국에서 ‘싸움’과 ‘대립’을 상징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다툼은 1월21일 첫 감염자가 나온 이래 7개월 동안 마치 전염병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13일 대통령은 그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재차 반대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앞으로 적어도 3개월간 전국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4만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촉구해서다.

대통령은 반대 이유로 “모든 국민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나는 국민의 선택을 믿는다, 의무화 여부는 지방정부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 후보의 발언이 “퇴행적이고 비과학적이며 국가에 해가 된다(regressive, unscientific and bad for our country)”며 “팬데믹을 정치화하려는 속셈”이라고 했다.

듣다가 실소가 나왔다. 다른 말은 정치적 수사라고 치부해도 ‘비과학적’이라는 비난에서 만큼은 대통령도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그는 지난 2월27일부터 지금까지 “바이러스가 어느 날 기적처럼 사라질 것(One day it's like a miracle, it will disappear)”이라는 발언을 최소 24차례 했다. 온다던 어느 날은 아직 기약조차 없는데 그동안 500만 명이 감염돼 16만 명이 죽었다.

비과학적 말과 행동은 계속됐다. 지난 4월엔 환자들에게 살균제를 주사하거나 강한 자외선을 쐬게 하면 어떠냐는 위험천만한 발언을 했다.

물론 마스크는 공식석상에서 쓰지 않았다. 그러다 예언했던 어느 날이 반 년째 오지 않자 지난달 그는 “마스크를 쓰는 것은 애국”이라고 '퇴행적' 발언을 했다.

미국이 전세계 감염자 수 최다, 사망자 수 최다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있는데도 대통령은 본인이 가장 대처를 잘하고 있다고 했다.

가히 과학적이라 보기 힘든 대통령이 공격한 야당 후보의 발언은 얼마나 '비과학적'이었는지 옮겨본다.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전국에 마스크를 최소 3개월간 의무화하면 적어도 4만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마스크를 쓰면 바이러스에 덜 노출되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들이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마스크는 (선택의)권리가 아닙니다. 국민으로서의 책임입니다.”

도대체 이 말들 어디에 정치, 비과학, 퇴행, 반국가적이라는 단어가 적용될 수 있는지 따지기가 어렵다.

반면 대통령 발언의 의도는 오해하기 쉽다. 그는 코로나19 대국민 브리핑에서 상대 후보를 공격했다. 감염 상황과 예방책을 발표해야 할 자리였다. 대선을 앞둔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고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차라리 여당 후보에게 전염병 대책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보자 제안했어야 했다. 또 국민에게도 전염병을 끝내기 위해서 단합하자 호소했어야 했다. 대통령의 말엔 진심만 담으면 된다. 공화당이니 민주당이니, 보수니 진보니 이념은 접자고. 우리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자 형제고 부모가 아니냐고. 자식, 형제, 부모가 아프길 원하느냐고. 그러니 마스크 꼭 쓰고다니라고.


정구현 선임 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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