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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기타와 노역

사람은 늙을수록 욕심이 많아진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곧 흙으로 돌아갈 처지인데도 나는 흙을 생각하지 않고 딴 생각을 한다. 그중 하나가 죽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죽기 싫은 것이 아니라 아프기 싫은 것이라고.”

나는 젊었을 때 아프지 않았지만 노년이 돼서는 여기저기 아프다. 가장 먼저 왼손과 오른손 둘째 손가락이 휜다. 류머티즘 관절염이라고 한다. 의사가 수술로 펼 수 있다고 해서 의사에게 수술 후 기타를 칠 수 있냐고 물었다. 의사는 힘들 것이라고 했고 나는 수술을 포기했다.

나는 늙었지만 기타를 치고 싶다. 기타를 치면 악보와 가사에 온 정신을 쏟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중에 잠깐 딴 생각을 하면 음정이나 노래에 이상이 생긴다.

나이 50세에 기타를 배웠다. LA시티 칼리지에 공부하러 갔다가 기타 치는 소리가 들렸다. 기타 강사에게 물었다. 악보도 볼 줄 모르고 아무 악기도 해본 적이 없는데 기타를 배울 수 있냐고. 강사는 기타를 가리키며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기타라고 답했고 그는 기타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지금 82세이니 기타를 배운 지도 32년이 지났다. 악보도 볼 줄 알고 코드도 잘 짚는다. 연주할 수 있는 곡들도 많다. ‘언체인드 멜로디’ ‘사랑의 기쁨’ ‘해뜨는 집’ ‘ 그린 필드’ 등을 자주 연주한다.

하지만 지금은 손가락이 휘고 목소리가 잠겨서 기타 치고 노래하는 것이 힘들다. 나는 기타를 예전처럼 잘 치고 싶다. 그러나 몸이 늙으니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나는 노욕(老慾)이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기타를 잘 치고 싶은 것이다. 왜냐하면 기타를 치면 시름도 잊어버리고 내가 늙었다는 것도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효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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