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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아트 가펑클과 북두칠성 할머니

몇 년 전 낯선 런던 거리를 걸으며 나는 앞으로 일주일간 일정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긴장하고 있었다. 책을 출간한 영국 출판사에서 준비해 준 일정에는 여러 강연과 BBC 라디오 인터뷰 4개, 그리고 토요일 오전 생방송 TV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었다.

생방송 중에 혹시라도 스코틀랜드나 코크니 식 영어 발음을 알아듣지 못해 당황스러운 상황이 오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우리말로 하는 생방송도 긴장되는데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영국에서의 일이니 말이다.

그런 걱정과 두려움이 내 마음에서 슬금슬금 올라왔을 때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트래펄가 광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때마침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노래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가 흘러나왔다. 무작위로 재생되는 휴대폰 음악 가운데 우연히 흘러나오는 이 곡을 듣고 있으니 이상하게도 위로가 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면서 한 생각이 나도 모르게 올라왔다.

“그래, 영국인 단 한 명에게라도 내 부족한 글이 험한 세상 다리가 될 수가 있다면 참 고마운 일이겠지. 초심으로 돌아가 주어진 일정을 하나씩 차분하게 소화하면 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그런데 그 순간, 내 귓가에 들리는 아트 가펑클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끝나갈 무렵, 정말 믿기지 않는 광경과 마주하게 되었다. 바로 내 눈앞에 ‘가펑클(Garfunkel)’이라고 또렷하게 쓰인 레스토랑 간판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놀라웠다. 마치 내 불안한 마음을 보고 이 우주가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항상 보호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인을 음악과 간판 이름을 통해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20세기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은 우주는 서로 분리된 조각들이 모여 구성된 것이 아닌, 나뉠 수 없는 하나로서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우주의 만물은 서로 껴안고 있는 연결된 상태로 존재하는데, 데이비드 봄은 이를 우주의 ‘숨겨진 질서’라고 이름하였다. 인간의 감각 기관을 통해 알 수 있는 우주는 너무나도 작아서 깊이 연결되어 있는 숨겨진 질서를 못 보기에, 마치 세상 만물이 각자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데이비드 봄의 이론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과학과는 전혀 다른 분야지만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로라 잭슨이라는 유명 심령가 강연을 인터넷으로 접하게 되었다. 그녀는 돌아가신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강연 중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가르쳐주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내 가족이 세상을 떠났다 하더라도 나와의 관계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돌아가신 분은 저 세상에서 항상 우리를 느낄 수 있고 더불어 우리에게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서 그녀는 돌아가신 가족과 소통하는 간단한 방법 하나를 알려주었다. 바로 그분과 나만이 아는 어떤 특정 사인을 정해서 마음속으로 기도하듯 돌아가신 분에게 그 사인을 나의 일상 속에서 보여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그러면 머지않은 시간에 그 특별한 사인을 보여주실 것이라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갑자기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고 싶은 마음에 기도하듯 속삭였다. “할머니 그곳에서 편안하게 계시나요? 할머니께서 정화수 떠 놓으시고 항상 기도하셨던 북두칠성을 보여 주세요.”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후 나는 길을 걸으며 별생각 없이 지인에게 최근에 알게 된 로라 잭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그 순간, 정말 믿기지 않게도 내 앞에 북두칠성 별들이 그려진 그림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혹자는 우연의 일치에 많은 의미를 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왠지 할머니가 저 세상에서 잘 계시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더불어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할머니와 계속해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깊이 감사했다.


혜민 스님 / 마음치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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