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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분노를 다루는 두 가지 방식

사람이 가진 감정 중에 분노만큼 불편한 것이 또 있을까. 인간관계의 장애물이며 여러 범죄의 원인인 분노. 그래서 많은 종교가 분노를 참거나 없애라고 한다. 과연 분노는 없애야만 하는 것이고 노력하면 없앨 수 있는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분노는 인간이 가진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 감정은 마음의 근육이다. 없애서는 안 되고 없어질 수도 없는 것이 분노다. 분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근육이 없는 사람들과 유사한 행동을 한다. 무기력해 보인다. 일견 착해 보이지만 착한 것이 아니라 감정 표현을 억압하고 있는 신경증적인 상태다. 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로 분노 역시 일정량은 필요하다. ‘싫어요’라는 말의 에너지는 분노에서 나오는데, 나에게 그런 에너지가 없을 경우 사람들은 나의 의견을 묻지 않는다.

마음 안에는 개 한 마리가 산다고 한다. 일명 ‘barking dog’. 누군가 내 심사를 건드리면 내 안에서 짖는 개, 분노다. 그런데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마음속에 짖지 못하는 개가 있는 것과 같다.

분노에 대한 경구 중 가장 많이 인용된 것은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이다. 맞는 말이다. 사소한 일로 싸우다가 다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일들은 분노 조절을 못한 탓이므로 그런 사람에게는 이 경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할 새가슴들에는 이 경구가 독이 된다. 가끔 자식이 어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어머니를 죽인 그 자식들은 불량아였을까? 그 반대다. 어린 시절부터 반항은커녕 말 한마디 대꾸도 못 한 아이들이 분노를 억누르고 참다가 살인을 한다. 분노는 에너지인데 이것을 오랫동안 누르다 보면 눌리고 눌린 것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분노는 두 가지 방식으로 다루어야 한다. 관리와 해소. 평소에는 분노 관리가 중요하다. 웃을 일을 많이 만들고 감정 표현 훈련, 대화 훈련을 하는 등 자기 감정을 이야기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훈련은 분노가 세련된 언어로 표출되도록 돕는다.

그러나 분노의 양이 커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치밀어 오를 때에는 상대에게 바로 화를 내지 말고 잠시 그 자리를 피해서 혼자 분노를 해소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보통 화가 나면 내 감정을 건드린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에게 적개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분노란 심리적인 배설물이다. 그 배설물을 상대방 면전에 퍼붓는데 어느 누가 고마워하겠는가? 누구나 배설은 화장실에서 하듯이 심리적 배설인 분노 해소 역시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공간에서 해야 한다.

재개발 지역에서 사목할 당시 효과를 봤던 분노 해소 방법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소리 지르기. 차를 몰고 가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10분 정도면 화가 가라앉고 배가 고프다. 두 번째는 걸어가면서 구시렁구시렁 욕하는 것. 30분 정도면 웬만한 화는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나갈 곳이 마땅치 않거나 나가고 싶지도 않을 때는 베개를 두들겨 패거나 종이에 화난 감정을 갈겨쓰는 것도 효과적이다. 민원 담당 공무원들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생떼를 쓰며 난리를 치는 진상 민원인들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데, 그런 분들은 낙서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낙서장에 자기감정을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갈겨쓰다 보면 화가 풀린다.

분노는 너무 많아도 안 되지만 너무 없어도 안 되는 유용한 감정이다. 분노를 모두 없애서 마음의 평안함을 가지고 산다는 종교 사기꾼들에게 속지 않길 바란다.


홍성남 /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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