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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어린 왕자’가 떠나간 세상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는 1943년 미국에서 소설 ‘어린 왕자’를 발표했다. 그는 ‘어린 왕자’를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는 프랑스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쓴다고 했다. 2차대전이 한창인 때였다.

소설에서 어린 왕자는 혼자 살고 있던 작은 별을 떠나 6개의 작은 별을 거쳐 지구에 도착한다. 각 별에는 순수한 마음의 어린 왕자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이 살고 있었다.

작은 별에 혼자 살면서 스스로 왕이라고 생각하는 어른, 모두가 자신을 우러러 본다고 잘난 체하는 어른, 쓸모없는 일을 계속하는 어른 등이 살고 있다. 한 사업가는 종일 별들을 세어 종이에 적어 서랍에 보관하고, 수억 개의 별들이 모두 내 것이니 자신이 가장 부자라고 자랑한다.

어린 왕자는 ‘내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목도리나 꽃 같은 것인데…. 참으로 이상한 어른이다’라고 생각하며 여행을 계속했다.



이번 팬데믹과 2차대전 중의 참혹했던 참상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나 2차대전이 제한된 사람들에게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했다면 지금은 전 인류가 불안과 공포 속에 살고 있다. 특히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다. 미국에서 계층별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나 사망자의 통계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생태학자들은 인간의 탐욕이 지구환경을 훼손해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했고 또 이런 상황은 계속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지나치게 소유하고 소비하는 계층보다 그렇지 않은 계층이 더 피해를 보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지구는 생성 이후 자연적으로 조금씩 변해왔다. 지난 1만년 동안 섭씨 4도가 올라 현재 환경이 됐는데 산업화 이후에는 불과 100년만에 1도가 올랐다고 한다. 계속 이런 상태로 가면 더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섬뜩하다.

지금이 바로 우리가 소박하게 사는 방법을 배우고, 이웃도 돌아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할 때인 것같다.

서울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40대 남자가 겪은 경험이다. 코로나19로 서점 운영이 어려워 편의점에서 야간근무 알바를 했다. 밤12시가 지날 무렵 초췌한 50대 남자가 주뼛거리며 다가왔다. “필요한 것 있으세요"라고 묻자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혹시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하는 도시락이 있습니까?” 몇 개 건네주자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나갔다고 한다. 그 남자는 축 처진 사내의 뒷모습을 보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 한동안 눈을 감아야했다고 말한다.

미국도 정부에서 어느 정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해도 그런 도움마저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정호승은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서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고 노래했다. 나도 삶에 지친 사람에게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훈련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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