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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8월의 축복'을 기원하며

서울에 사는 동창에게 전화했다. 내가 잘 아는 분이 이번에 너희 지역구에 출마하니 한 표 부탁한다고 했다. 놀란 목소리로 그 사람 잘 아느냐고 묻는 동창에게 말했다. “대한민국에 그 사람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전화로 카톡으로 텍스트 메시지로 한 표 찬스를 쓰며 친구를 단단히 성가시게 하던 어느 날, 한국에서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친구가 사는 종로구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었다. 친구가 염려되어 견딜 수 없었는데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친구에게 한 자도 보낼 수가 없었다. 무서운 질병이 우리 가까이 온 것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 우리의 삶이 얼마나 엄정하고 귀한 것인가를 깨닫는 순간부터 더 이상 가벼운 ‘한 표’ 놀이를 할 수 없었다.

친구를 괴롭히던 내 치기가 부끄러웠다. 종로구에서 누가 선량이 되든 이제 노년의 문턱에 들어선 우리들에게 전파력이 엄청난 전염병 문제보다 더 염려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3월에 코로나 팬데믹이 선포된 이후로 언론은 끊임없이 질병의 확산 정도와 예상되는 전개 상황을 분석 보도했다. 백신과 치료약이 없는 지금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첫 번째로 4월의 부활절이 확산의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5월이 되자 마더스데이와 월말의 메모리얼데이가 두려움의 대상으로 다가왔고 7월의 독립기념일까지 참으로 연휴들은 우리의 예상에 조금도 어긋나지 않게 그때마다 확진자를 늘리고 사망자를 더했다.



8월엔 그 ‘두려운 날’이 없다. 유독 8월에만 미국 국민들이 그토록 모여 즐기는 축제일이 없다. 내 개인사와 가정사도 8월과는 인연이 없다. 네 분 부모님의 생신과 기일, 두 아이 생일과 결혼기념일, 그리고 네 손주 생일도 8월엔 없다. 내가 태어났을 때도 8월은 저만큼 있었고 결혼기념일도 8월에 맞추지 못했다. 앞으로 나의 기일은 내 소관이 아니므로 더더욱 8월에 맞출 수 없겠다.

8월을 무사히 넘기고 나면 9월 초엔 노동절이 있고 10월엔 핼로윈데이, 11월엔 일 년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이는 추수감사절이 돌아오고 12월엔 성탄절이 벽처럼 버티고 있다. 해가 바뀌어도 1월엔 신정이, 2월엔 밸런타인스데이가 계속해서 찾아온다.

8월은 그러나 위대한 달이다. 영어의 8월(August)은 로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Augustus)’에서 유래됐다. 초대황제인 아우구스투수는 제국의 기틀을 세운 인물로 로마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또 프랑스어의 8월(Aout)에는 추수한다는 뜻이 있다. 우리나라의 8월은 서양과 같이 분명한 유래는 알려진 바 없지만 계절적으로 충만하고 우거진 녹음에서 연상되는 풍성한 느낌을 담고 있다.

어떤 경축일도 없는 미국의 8월과 내 인생의 달력에도 기억해야 할 분주한 날이 없는 8월이 이제는 커다란 축복의 달임을 깨닫는다. 8월의 두 어깨에 신께서 손을 얹고 훈장을 하나 내려주시기를 꿈꿔 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된 달’이라는.


박유니스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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