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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불화를 가져오는 ‘황금사과’

그리스 신화에 ‘황금사과’ 이야기가 나온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헤라와 제우스의 결혼 선물로 준 사과다. 이 사과는 불멸을 약속한다. 그것을 먹는 사람은 배고픔과 고통이 사라지고 병을 다시는 경험하지 않는다고 했다. 밤의 여신 딸들인 헤스페리데스와 100개의 머리를 가진 라돈이라는 용이 항상 그 사과밭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과를 이용해 큰 분란을 일으킨 신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불화의 여신’ 에리스다. 뮈르미돈의 왕 펠레우스와 바다의 요정 테티스의 결혼식에 많은 유명한 신들이 참석했는데 에리스는 자신이 초대받지 못한 사실을 알게 됐다. 아무도 결혼식에 불화를 일으키는 신을 초대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조직이나 이너 서클이 있고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 소속되기를 원한다. 신들도 그럴진대 하물며 불완전한 인간은 말해 뭐하랴. 소속되지 못한 사람은 늘 그 집단에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조직이 잘 되려면 이너 서클보다 여기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 관리가 잘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에 소동이 오게 돼있다. 리더의 역량은 거기서 나온다.

어쨌든 격분한 에리스는 복수를 결심하고 그 훔친 황금사과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To the Fairest)’라는 글귀를 새겨서 결혼식장에 떨어뜨린다. 식장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고 식이 끝난 후에도 소동은 계속된다. 둘째가라면 서러웠을 미모의 소유자들이 많았을 것이니 당연히 본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나.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도 이 소동의 한 가운데 있었다.



제우스는 준수한 외모의 젊은 왕자 파리스에게 이 사건의 해결을 맡긴다. 파리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마음을 빼앗겨 그를 사과의 주인이라 선언해 버린다. 자신을 뽑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내를 얻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 그는 불화를 일으키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최상급’을 쓰는 것이었다. ‘Fair’도 ‘Fairer’도 아닌 ‘Fairest’. 최상급은 항상 불화를 일으킨다. 우리가 사회 생활하면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그 일을 할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어, 또는 그 애는 최고로 괜찮은 애야 같은 말이다.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런 말을 들으면 결코 기분이 좋지 않다. 최상급은 사실 주관적인 판단일 때가 많다.

안타깝게도 ‘The Fairest’가 못 된 나머지 두 여신은 질투와 미움을 갖게 되었고, 아프로디테가 약속을 지키는 과정에서 트로이 전쟁으로까지 이어진다. 아프로디테가 약속한 아름다운 신부는 다름 아닌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나’였기 때문이다. 마음먹은 것은 꼭 이루고야 마는 성미의 파리스는 사랑에 눈이 멀어 헬레나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한다. 결국 사과 하나가 트로이 전쟁을 촉발시킨다.

에리스는 불화의 신인 만큼 정기적으로 갈등을 일으킨다. 자신의 감정을 여러 사건에 개입시켜서 관련된 신들에게 많은 문제를 야기시켜 결국 세상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는다. 주위에 혹시 늘 불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는가 잘 살펴보자. 이너 서클과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보자. 그리고 말 조심하자. 최상급 표현은 물건 팔 때 세일즈맨들이 주로 쓰는 것이다.


김지현 / 수학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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