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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구 조사와 ‘수의 힘’

금년은 미국에 인구 조사가 있는 해이다. 조사에서 얻어지는 갖가지 통계는 국가의 정책수립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연방 하원의원 수를 결정한다든지, 연방 차원에서 어떠한 서비스를 어디에 제공할지, 또는 지역 정부에 얼마큼의 연방 자금을 배정할지 등을 결정하는데 기초적인 자료로 사용된다.

인구 조사 설문지를 받았을 때에 봉착하게 되는 문제가 하나 있다. 각자 자기가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인종, 즉 백인, 흑인, 원주민, 아시아인, 히스패닉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표시하게 돼 있다. 이때 적지 않은 센서스 참여자들이 혼동을 일으킨다고 한다. 인종을 정확히 표시하게끔 설문이 세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시아계는 상세히 분류되어 있는데 비해 다른 인종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특히 히스패닉계와 아랍계가 많은 불편을 느낀다는 것이다.

라티노 또는 치카노로 불리기도 하는 히스패닉계는 스패니시가 통용되는 국가에서 온 여러 인종의 사람들을 모두 통칭한다. 히스패닉계는 미국에서 제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장 큰 소수 민족 그룹이다. 현 추세로 볼 때 2050년쯤에는 백인계를 제치고 최대 그룹으로 떠오를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현 인구 조사 설문지의 인종 분류 기준은 원래 예산 관리청(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에서 정한 것으로 1997년에 보완을 거쳤다고 하는데, 아랍계를 위한 별도의 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비록 아랍인들이 자신들을 ‘기타’ 또는 ‘아랍’등으로 기재한다 하더라도 인구통계국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백인에 포함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유럽, 북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은 ‘백인’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인구 조사 설문지에 ‘아랍’이라는 인종이 따로 없는 이유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에 걸쳐 미국으로 이민 온 초기의 아랍인들이 시민권 취득을 목표 삼아 백인으로 분류해 주도록 당국에 간청해 온 것에 기인한다.

100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대부분의 아랍인들은 이러한 관행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불이익을 당한다고 믿고 있다. 2000년 현재 미국 내의 아랍 인구는 4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정부 집계에는 불과 100여만 명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의당히 받게 되어있는 정부의 혜택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수적 열세는 또한 2001년 9.11 이후의 반 아랍정서에 따른 인종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에 비추어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가 현재의 정체성을 확보하기까지 수십 년이 소요됐던 점을 상기하게 된다. ‘수의 힘’은 사회에서의 발언권 획득에 있어 절대적인 것이라 하겠다.

인구 조사 마감일이 9월 말로 다가왔지만 국민의 참여율은 저조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옛날과 달리 오늘날 인구 조사의 목적은 국민의 복지를 위한 기초 자료 수집에 있다. 조사에 응답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손해는 내가 속한 지역 사회에 돌아오게 돼 있다.

인구 조사에 반드시 참여하자.


라만섭 / 전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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