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아름다운 우리말] 시옷 이야기

어찌 보면 시옷이라는 이름이 우리에게는 가장 친숙할 수 있겠습니다. ‘옷’이라는 단어가 이름 속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시옷이라는 말도 원래는 ‘시읏’이라고 쓰고 싶었으나 ‘읏’이라는 한자가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옷’을 찾은 것입니다. 물론 옷이라는 한자도 없었기에 옷 ‘의(依)’ 자를 쓰고 동그라미를 쳤습니다. 뜻으로 읽으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시옷을 쓰고 보니 시읏보다 발음도 편리하고 의미도 잘 다가옵니다. 때로는 궁여지책이 좋은 결과를 낫습니다. 북한에서는 원래의 의도를 생각해서 그냥 ‘시읏’이라고 씁니다.

시옷의 이름을 생각하면서 저는 옷의 느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혹시 시옷의 느낌과 닮아서 ‘옷’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옷은 윗도리도 그렇고 바지도 그렇고 팔과 다리로 나뉘어 있습니다. 나뉜 모습이 시옷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바지의 모습은 그대로 시옷의 느낌이고, 저고리도 시옷의 느낌이 강합니다. 펼쳐진 치마도 세모 모양으로 시옷의 이미지를 닮았습니다. 이름에 옷을 넣은 것은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시옷의 글자는 이빨을 상형화한 것입니다. 이빨 모양은 산처럼 뾰족하게 표현하는 게 당시에는 상식이었던 듯싶습니다. 당시 이빨의 모양을 가장 잘 보여준 글자는 한자의 이 치(齒)입니다. 치(齒)라는 글자 안에는 시옷이 네 개나 들어있습니다. 마치 사람 인(人)처럼 보여서 사람이 아닐까 하는 분도 있지만 사실은 이빨의 모습입니다. 시옷 네 개를 둘러싼 것은 입 모양입니다. 위의 두 개가 윗니를 상징하고, 아래의 두 개가 아랫니를 나타냅니다. 정확히 우리 입 모양과 윗니, 아랫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글자입니다. 세종 당시에 이빨 모양을 떠올리면 당연히 시옷 모양을 떠올렸을 겁니다. 글자를 만들 때 세상의 상식을 반영한 겁니다.

한편 시옷은 두 선이 만나고 있다는 점에서 만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시옷에서 받는 느낌은 만남과 스침입니다. ‘사람’이라는 단어가 시옷으로 시작합니다. ‘살다’라는 낱말도 시옷으로 시작하는 말입니다. 사랑이라는 말도 시옷으로 시작하는 대표적인 말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서로 사랑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요? 시옷이 보여주는 세상입니다.



또한 시옷에서는 스침이 느껴집니다. 시옷은 잇소리입니다. 따라서 어딘가 막히지 않고, 울리지도 않고 이빨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음입니다. 마찰음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스침이 가장 많은 음입니다. 이렇게 스치는 것에서는 소리가 납니다. 가벼운 부딪침 속에서 소리가 나는 거죠. 그래서일까요? ‘스치다’라는 단어와 ‘소리’에 시옷이 담겨있는 것은 우연치고는 묘합니다. 스치면서 나는 소리에 시옷이 많이 쓰입니다. 스르륵, 쌩, 쉬, 솔솔 등. 아마 훨씬 더 많은 의성어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모양을 나타내는 말에도 스치는 것에는 시옷이 들어갑니다. 대표적으로 두 손을 스치면 비는 것을 ‘싹싹’이라고도 하죠.

산 모양이니까 산하고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있는데 아무래도 산이 한자어라는 점에서 큰 관계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시옷이 솟는 이미지라는 점에서 ‘솟다’와는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솟을지붕의 느낌은 어떤가요? 시옷의 이미지가 그대로 느껴지지 않나요? ‘솟을 나무’나 ‘솟을 각’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아예 人 모양이라고 설명이 나옵니다.

시옷을 보면서 저는 서로 사랑하며 사는 사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솟는 힘을 느낍니다. 우리가 서로 함께하면 언제나 힘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를 꿈꿉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