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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교육의 ‘현장’이 사라진 시대

새 학기가 시작하는 절기다. 졸업과 입학의 설렘이 사라져 아쉬움으로 남은 채, 보내고 맞이하는 교사는 실체가 없는 그림자 위에 ‘교육’이라는 실상을 덧입혀 본다. 어린이가 뛰놀던 여름방학도 없이 온라인 수업으로 개학을 맞는다.

작은 컴퓨터 화면 안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인사한다. 교육 자료를 준비했는데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교사의 땀방울을 본다. 어린 나이로 아직 집중력이 길러지지 않은 아이의 힘들어하는 모습도 본다.

더욱이 이제 첫 프리스쿨을 졸업하고 학교의 문을 들어서는 꼬마들은 방향을 모른다. 학교와 선생님의 모습을 채 보지도 못했다. 염려스러운 부모의 상담 전화가 이어진다. 원격수업의 애로사항에 부딪힌다. 안개 속에서 미로를 찾는 만큼이나 뿌옇다.

교육 커리큘럼 첫 달의 주제는 ‘웰컴 투 스쿨(Welcome to School)’이다. 학교생활과 규칙을 배우는 것이 목표이다. 친구를 사귀며 나누고 사회성을 기르고, 순서를 기다리며 규정을 익히는 게 우선이다.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다.



부모와 울지 않고 인사하며 헤어져 새로운 환경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데는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스스로 혼자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며 얻어지는 성취감 위에 자존감이 형성된다. 평생 자신을 이끌어 갈 밑거름이 된다.

유아, 초등학교의 교육관은 전인 교육이다. 신체적인 발달로 정서적, 지적 발달이 균형있게 성장해야 올바른 인성 교육이 이루어진다. 기본적인 단체 생활을 익히도록 하고 학습 습관 즉 집중력, 지구력 등을 길러 창의적이고 탐구적인 자세를 길러주는 것을 지향한다. 이런 교육이 어디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고교 교사를 역임한 이관희의 ‘선생으로 사는 길’이라는 책을 읽었다. 잠자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의 꿈, 멋진 세상을 살자면 내가 깨달아 내 힘으로 먼저 읽고 질문해야지. 틀리는 것 두려워 말고 끝까지 풀어내는 거야. 듣기만 하고 받아 쓰고 외우려고만 하는 아이들아, ㅇ 자 ㅁ 자에 색칠만 하는 아이들아, 그려진 빈칸 메우지 말고 밑그림 없는 백지에 내 그림을 그려봐. 잠자면 점수만 놓치는 것이 아니라 청춘도 놓치고 말아. 사람이 살아야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이 올 거야. 눈 떠 빛나려무나!”라고 한다. 그가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했던 “듣고 잊어버리는 콩나물에 물을 준다고 매일 크는 키가 보이던가? 어느 날 훌쩍 키 큰 콩나물을 보는 기적을 바라 오늘도 물 주는 수고를 거듭해야 하리라”라는 다짐을 읊조린다.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보호가 우선인 요즈음이다. 교육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일이지만 일선의 교사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밝은 햇살에 안개가 걷힐 날을 기다린다. 어린이와 소통하며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질 장소의 창을 열리라.


이희숙 / 수필가·어린이학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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