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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스파게티로 만든 '별이 빛나는 밤'

특별한 아트 책 한 권이 출간된다. 코로나 시대가 낳은 책이다. 게티 뮤지엄이 내달, 책 ‘오프 더 월(Off the Walls: Inspired Re-Creations of Iconic Artworks)’을 출간한다.

책은 지난 3월 코로나19로 직접 전시를 감상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게티가 개최한 이색 소셜네트워크 이벤트 참가 작품들을 한데 모아 엮은 것이다. 게티는 ‘집에서 예술작품을 재창조하라’며 미술품을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재창조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스파게티로 만든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부터 애완동물과 화장지를 이용한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까지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수많은 작품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올라왔다. 어떤 이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머리에 수건을 두른 모습으로, 또 다른 이는 파울루 스포테르의 ‘얼룩말’을 세탁하는 날 버전으로 재창조했다. 반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의 꽃병에는 나무로 만든 조리 도구들이 해바라기인양 꽂혔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지창조’는 두 마리의 애완견으로 재현됐다.

게티에 소장된 에두아르 마네의 걸작 '봄' 역시 재창조되면서 이번에 출간하는 책에 실렸다. 봄은 2014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6510만 달러라는 거액을 주고 사들였을 만큼 게티가 공을 들인 작품이다. 1881년 마네는 4명의 파리의 여인을 모델로 사계절을 그리는 계획을 세웠고 그중 한 점이 봄이다. 유명 여배우 잔느 드 마르시를 모델로 그렸는데 꽃무늬 드레스에 레이스가 화려한 보닛과 꽃 장식을 달고 양산을 곱게 쓴 잔느의 모습은 봄 그 자체다.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는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불린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국보급 대우를 받고 있는 그림 ‘올랭피아’가 바로 마네의 작품이다. 마네는 법관의 아들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정통 미술교육을 받았다. 고전적인 화풍의 그림을 그렸던 화가로 평생 보수적인 살롱전을 고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시인 보들레르의 영향을 받으면서 어느 순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의 ‘파리스의 심판’의 일부를 가져와 재해석한 작품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살롱전에 출품했는데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낙선했다. 당시 명작을 오마주하는 일은 흔했지만, 마네의 그림은 차원이 다르게 재해석된 작품이었다. 일반적으로 신화나 성서의 인물을 오마주했던 데 비해 마네는 그림 속 인물들을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친구들로 대치했다. 그 유명한 올랭피아 역시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모방해 재해석한 작품으로 당시로는 파격 그 이상이었다.

“각 시대는 자신만의 자세와 시선 몸짓을 지니고 있다”는 보들레르의 말처럼 마네는 과거에서 벗어나 시대와 함께 호흡했다.

그런 마네가 2020년 버전으로 재탄생한 작품 ‘봄’을 봤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여배우를 대신한 도도한 고양이를 보며 그 파격적인 시도에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트리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코로나로 자가격리된 그 시간, 세계의 명작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시대와 호흡한 마네의 올랭피아가 후대에 걸작으로 남았듯이 어쩌면 코로나 시대여서 탄생할 수 있었던 이 작품들이야말로 이 시대가 낳은 최고의 걸작이 아닐까 싶다.


오수연 / 사회부 차장·문화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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