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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제무씨'는 왜 쓰러졌는가

[LA중앙일보] 발행 2009/06/10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09/06/09 20:38

오명호/HSC 대표이사

한국전쟁이 끝난 후 미군이 버리고 간 군용트럭을 개조해 버스를 만들던 한국인들은 55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전세계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자동차 강국으로 우뚝 섰다.

어렸을 적 산골동네에서 도시로 나가기 위해 타야했던 '움직이는 쇳덩어리'가 바로 우리의 시외버스 '제무씨'였다. 지금은 20분 만에 달릴 수 있는 팔십리길(약 20마일)을 무려 2시간 동안이나 달려야 했던 이 버스를 우리는 '제무씨(GMC)'라고 불렀다. 50년 전 우리에게 그토록 선망의 대상이던 GM은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그렇다면 기업도 수명이 있을까. 답은 '분명 있다'다. 기업의 평균 수명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치열한 자본주의 경쟁 시장에서 변신을 거듭하며 살아남아 100년을 넘게 장수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일년을 넘기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GM도 100년 이상 생존한 기업이지만 결국 2009년 6월 1일 그 수명은 다하고 말았다는 얘기다.

GM의 역사를 한 번 훑어보면 분명 한국인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 GM은 창업자인 빌리 두란트가 1908년과 1920년 사이 캐딜락.세비.폰티악.올스모빌을 포함하는 39개의 소형 자동차 회사를 합병하여 제너럴 모터스라는 거대기업을 창업했다.

그 당시 미국의 자동차 업계는 소형 자동차 회사가 난립하던 춘추전국 시대였다. 1923년 간신히 파산 위기를 넘긴 GM은 볼베어링(Ball-bearing) 제조 회사를 차려 떼돈을 번 거부 알프레드 슬로안(Alfred Sloan)에게 인수당하고 만다.

슬로안은 GM의 재무 상태를 건전하게 유지하며 전세계로 확장해 나갔다. 영국의 복스홀(Vauxhall)과 독일의 오펠(Opel)을 인수하여 GM의 유럽 근거지를 만들고 전세계 15개국에 진출하는 등 그야말로 눈부신 다국적 기업 제국을 건설했다.

물론 당시는 일본의 토요타.닛산.혼다나 독일의 벤츠.BMW.폭스바겐의 위협이 없던 호시절이었다. 이 시절 GM의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연료 효율성이 높은 자동차를 개발하기 보다는 '독점금지법'에 저촉되는 것을 막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1970년대는 두 가지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한 시기다. 즉 1.2차 오일쇼크로 배럴당 원유값이 폭등하였고 또한 일제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미국에 상륙한 시기였다. 개스를 하마처럼 들이키는 V8 엔진을 장착한 GM 자동차들은 더 이상 판매를 늘릴 수 없었다. 연료 소모가 적은 소형 자동차인 일제 자동차가 미국인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GM을 포함하는 디트로이트 빅3는 일본과 독일 자동차를 이길 '고장이 적고 연료 소모가 효율적인 차'를 개발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2007년 월가의 금융 위기가 터지자 미국 경기는 극심한 침체에 빠져들었다. GM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손을 들고 말았다.

그러나 GM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대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지만 100년의 노하우는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노조가 지분을 가진 주주가 되고 연료효율적인 제품을 만드는 'NEW GM'으로 거듭나는 대장정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몸집은 작아졌을지 모르지만 실속있는 자동차 회사로 거듭 태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오바마 행정부의 디트로이트 개혁의 실질적 핵심이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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