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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친일파의 기준은 무엇인가

 요즘 한국 정치판의 기준으로 보면 나는 친일파 매국노의 자손이다. 외할아버지는 일제시대 때 한전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꿈 많은 식민지의 청년이었던 아버지는 일본군으로 복무한 행적이 있지만 생전에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셨다.

 더러는 일제시대를 그리워하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왜 아니겠는가. 그 세대들에게는 식민지 시대가 청춘의 시절이었고 꽃다운 학창 시절이 아니었던가.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의 해안경비대에 입대해 해군, 해병대의 창군 멤버로 조국에 봉사한 분이다. 6.25 때는 인천 상륙 작전에 참가해 함경북도까지 북진했고 휴전 후에는 일선 연대장으로 근무하셨다. 그때 받은 훈장 덕에 은퇴 후에는 돌아가실 때까지 유공자 연금을 받으셨다.

 어디 우리 아버지뿐이랴. 해방이 되고 급조된 대한민국의 군인이나 경찰, 기타 공무원의 다수는 해방 전 일본 정부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다. 그때 배운 경험과 지식으로 대한민국이 나라의 틀을 갖추어 가는데 힘을 보탠 것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과다하게 일제에 충성을 다한 친일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식민지 시대를 살기 위해 일본 정부에 들어가 일을 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공무를 수행하는 직업을 택해 호적을 정리하고,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며, 치안을 담당했어야 하지 않나.

 무능한 왕조가 나라를 일본에 넘겨준 후, 식민지 젊은이들은 일본어로 신학문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낫을 들고 독립운동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달걀로 바위 치는 식의 저항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되었겠는가. 어떤 일을 두고 사후에 이러쿵저러쿵 하기는 얼마나 쉬운 일인가. 자신이 그 위치에 놓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해 보라.

 유럽은 전범을 처리하는 것으로 2차 대전을 정리했다. 미국과 일본은 전쟁을 끝내는 것으로 다시 우방이 되었다. 역사란 세월과 함께 물 흐르듯이 흐르는 것이다. 역사를 바로 알고 거기서 배움을 얻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여기에 역사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은 시간을 거꾸로 가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이런저런 의혹을 받던 이들이 죽음을 선택하고 나면 그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이 된다. 같은 원칙이 왜 친일 의혹을 받는 이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식민지 시절 죄가 될만한 일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그의 죄를 물어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단순히 식민지 시대에 일제의 녹을 먹고 그들이 하는 일에 협조했다고 해서 친일 매국노를 만드는 것은 국론을 가르는 일이며 전근대적 생각이다.

 친일이 민족에게 반역적 행위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군 복무를 피하고, 불법 전입을 하고, 정부 정책을 미리 빼내 부동산 투기를 하는 일은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고동운 / 전 가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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