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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코로나 시대의 병원 풍경

8월의 어느 더운 날, 위급상황이 발생해 집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에 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환자 등록을 야외에서 거리두기로 한다. 땡볕에 선풍기를 틀어놓았을 뿐이다. 천막 밑에 앉아 호출할 때까지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응급환자는 급해서 왔을 텐데 기다리다 숨넘어가는 수도 있겠다.

한 시간 만에 실내로 들어가 약식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를 받고 결과가 음성이어서 비로소 병실로 올라갔다. 등록부터 입실까지 보호자는 얼씬 못하는 상황이다. 팬데믹 시기의 환자는 아픈 건 물론 서류처리까지 혼자 감당해야 한다.

입원실은 하루 한 시간만 가족 한 명의 면회가 가능할 뿐이어서 예전처럼 방문객이 올 수도 없다. 병원에 입원한 모친을 장례식장에서 비로소 뵐 수 있었다던 교우의 말이 실감이 났다. 코로나 시대엔 오늘의 만남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게 더 이상 엄살이 아니다.

나는 종합병원 수준의 다양한 병력을 갖고 있다. 무릎으로 시작해서 위, 자궁, 결석 제거, 신장이식, 폐, 척추 압박골절… 이번엔 대장의 문제로 추측된다니 성한 데를 찾는 게 어려울 정도다. 집을 리모델링하면 번듯한 모양새라도 갖추지만 몸은 수차례의 병원 출입으로 본의 아니게 노화가 촉진되었는지 동갑내기 같은 학번의 남편을 아들로 착각하는 분도 계셨다. 내 옆에서 수발을 하는 남편을 보고 “착한 아드님을 두셨네요”하고 안 해도 될 말을 하는 이도 있었다.



이번의 급작스러운 장출혈이 스트레스에서 온 것일 수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 얼마 전 아들 내외의 코로나19 확진을 받았고 회복이 끝나자 한국의 친정어머니의 낙상 골절 소식을 들었다. 둘 다 애가 타는 일이었지만 애끓는 효심이나 창자가 끊어질듯한 모정을 가진 것도 아니어서 쑥스럽기는 하나, 마음과 육신의 긴밀한 공조체제는 놀라웠다.

병원에서의 우여곡절은 지면이 모자랄 정도이나, 생전 처음 들어보는 호스피털리스트(hospitalist)라는 직책을 가진 한국인 닥터 스텔라 리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입원환자의 고충 처리반 역할을 충실히 해준 감사한 분이다. 상냥한 앤젤라 간호사(RN)도 천사처럼 도움을 주었다. 하늘이 곳곳에 숨겨놓으신 선한 이들로 인해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일이든 대인관계의 일이든, 상한 마음이나 꺾인 기운 같은 게 있으면 공감해주고 달래가면서 너그럽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혼자 아등바등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절대자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이 너무도 부족하지 않았는가 반성하였다.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인 것처럼 간절하게 성실히 살아야겠다. 아름다운 끝날이었다고 기억되도록 가능한 한 즐겁게.


이정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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