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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마라

시골 출신 남편과 도시 출신 아내가 결혼했다. 퇴근하던 남편은 삶은 감자 생각이 나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둘러 집에 도착한 남편이 현관문을 열자 어머니가 삶아주셨던 그 냄새가 구수하게 풍겨왔다.

아내도 남편을 기다리고 있던 터라 남편이 식탁에 앉기도 전에 감자와 함께 작은 종지에 소금을 담아 내왔다. “여보! 이게 웬 소금이야?” “소금 찍어 먹으라고?” 그 말에 ‘이게 뭐지? 나를 무시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곱게 나갈 리 없었다. 아내는 아내대로 ‘왜 이러는 거야? 삶아줬으면 고맙게 먹을 것이지’라고 생각하며 “그럼 감자를 소금에 찍어 먹지 소금을 감자에 찍어 먹냐?”라고 쏘아 붙였다.

남편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가 시골 태생이라고 무시하는구나!” 목소리가 더 높아지지 않을 수 없었다. “감자를 소금에 찍어 먹는 사람이 어디 있어? 설탕 가져와!”

아내는 화가 났다. ‘감자는 소금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인데…’라고 생각하며 “건강에도 안 좋은 설탕을 왜 찾아? 그냥 소금 찍어 먹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소금이냐 설탕이냐’를 놓고 한참 말싸움을 주고받은 끝에 집안 내력까지 들추다가 ‘시골 태생이라 어쩔 수 없다느니, 도시에 살았다고 사람을 무시한다느니’하면서 큰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에 이혼하기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판사 앞에서도 싸움을 이어갔다. 판사는 난감했다. 20년 넘게 이혼 재판을 진행하면서 ‘설탕이냐 소금이냐’라는 사소한 문제로 이혼하려는 부부는 처음이었다. 판사는 이들의 이혼만은 막고 싶었다. 그리고 특강에서 들었던 ‘식물도 사랑을 깨닫는다’라는 내용이 떠올랐다.

“이런 사소한 문제로 이혼하겠다고 하니 두 분은 이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가 숙제를 하나 드릴 텐데 숙제를 잘 한 분에게 유리하도록 판결하겠습니다. 제가 드리는 숙제는 여러분 앞에 놓인 칼랑코에를 잘 키우는 것입니다. 이 식물은 칭찬을 들으면 잘 자라는 식물입니다. 가능하면 사랑을 많이 표현하기 바랍니다.”

판사의 말을 들은 부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식물을 칭찬하라니?” 그러나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고 싶은 생각으로 식물에게 사랑한다고 말했고, 음악도 함께 들었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식물에게 빠져드는 것을 느꼈고, 2주가 지나면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식물을 잘 키워서 더 많은 재산분할을 받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이게 웬일일까?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은 점점 작아지고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왜 그런 마음이 생기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었다.

3주가 지나면서 키우는 식물보다 상대방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여보! 내가 잘못했어. 사소한 문제로 당신 마음을 아프게 해서 미안해”라고 화해하게 됐다. 상대방을 미워했던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들은 결국 이혼 대신 더 사랑하는 사이로 변했다.

대부분의 부부는 이들처럼 사소한 문제로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이러한 일로 싸우게 된다면 ‘설탕이냐 소금이냐’를 떠올리며 한 번 피식 웃고 서로 양보하므로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않기 바란다.


정병갑 / 콜로라도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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