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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총칼보다 무서운 것

[LA중앙일보] 발행 2009/06/11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09/06/10 19:08

이종호/편집2팀장

"총칼도 테러도 필요 없다. 그냥 열심히 아이만 나아도 유럽은 저절로 이슬람 땅이 될 것이다."

어느 회교 국가 지도자가 한 말로 출산율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말이다.

급격히 달라지고 있는 미국의 인구 구성비 변화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출산율이 월등히 높은 히스패닉계가 백인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인종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요즘 한국의 국가 고민 중의 하나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다. 1965년 5.63명 75년 4.28명이던 것이 85년 2.23명으로 내려갔고 지난해엔 1.19명까지 떨어졌다.

미국(2.1명) 일본(1.32명)은 물론 OECD 회원국 평균인 1.6명에도 한참 못 미친다. 이대로 가면 한국의 총인구는 9년 뒤인 2018년 493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고 300년쯤 뒤에는 아예 지구상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몇 십 년 펼쳐 왔던 산아제한 정책의 그늘일 수도 있겠다.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63년)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71년)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80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런 구호들은 유전자처럼 대물림되어 지금도 젊은이들의 의식을 지배한다. 삶의 질이 강조되면서 크게 늘어난 경제적 부담도 출산 기피의 원인일 수 있겠고 아이로 인해 '내 생활'을 잃고 싶지는 않다는 개인주의 탓도 가세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정 출산율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기존의 사회 시스템은 유지되지 못한다. 그게 2.1명이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노동력 부족 소비와 투자의 위축 정부 재정수지 악화 등의 부작용은 필연적이다.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불균형 문제 또한 심각해진다.

요즘 한국이 둘째.셋째를 낳으면 다투어 축하금을 준다거나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 같은 단체를 만들어 범국민 출산장려 정책을 펴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옳기만 한 것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당장은 인구가 모자라서 생기는 문제보다 과잉 인구로 인한 문제가 더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인구밀도만 해도 평방km당 474명으로 방글라데시 대만에 이어 세계 3위다.

일본 330명 중국 130명과 비교해도 좁은 땅에서 얼마나 바글바글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에 따른 주택값 폭등 교통지옥 입시전쟁 고학력 실업 등의 문제는 또 얼마나 심각한가.

그래도 한국이 굳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면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대안일 수 있겠다. 마음껏 낳게 하고 마음껏 이민도 가게 뒷받침하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좁은 땅도 살리고 한민족의 숫자도 줄지 않는 양수겸장이다.

해외 한인사회로서도 커뮤니티가 계속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적정 인구의 유입은 꼭 필요하다. 새 이민자들이 늘 반갑고 고마운 까닭이다. 하지만 일본이 그랬고 중국이 그랬듯이 언제까지 이민이 계속되란 법은 없다. 그런 점에서 동포사회도 이제 슬슬 출산율 높이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주변 40~50대 중에는 아이를 한 두 명 더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아이는 하나님이 주신 기업이요 상급이라 했는데 그걸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이 새겨 들어야 할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이 참에 더 많이 오고 더 많이 낳아서 동포사회가 더 북적대고 더 젊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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