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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시민 윤리’는 선진사회의 덕목

서울에 머물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믿었던 친구가 약속을 깨면 가슴이 아리다. 상대의 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앙금은 오래 남는다. 선택지를 놓고 저울질했음을 연상하면 더욱 언짢다. 시류를 따라 우정이 많이 변질되어 진정성은 점점 더 얕아지고 세속의 저속함에 찌들어 가고 있는 현실은 서글픈 일이다. 그런 얄팍함이 어우러져 세상이 굴러가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면 머리가 지근거린다

주변의 대인관계에서 타산(打算)의 흔적이 보일 때도 역겹다. 무릇 인간관계에서 인연과 그 활용은 칼날로 베인 듯 분명해야 깔끔한데, 두루뭉술하거나 혹 이용하려는 느낌이 들면 거부감이 솟는다. 그게 사회생활 아니냐며 얼렁뚱땅 매도 당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진실한 인성은 아직도 지고의 미덕이 아닌가.

저잣거리에 나가면 소리 높여 통화를 하거나 끼리끼리 떠들어대는 법석이 주위의 영혼들을 막무가내로 앗아가고, 순서를 흩트리거나 작은 일에도 이기려는 치졸한 이기주의는 주위의 품격조차 떨어트린다.



아무리 특출한 부분을 내세워도 시민들의 윤리성이 낮으면 선진사회라고 할 수 없다. 어느 집단이건 신뢰할 수 있는 공동선(共同善)이 바로 서있지 않으면 공동체의 건강지수는 떨어지고, 사회적 비용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대중이 환호하는 공연장 무대에서는 가무와 연기가 날로 더 눈부시다. K팝으로 칭송되는 남여 그룹의 군무와 노래는 맹렬히 훈련되어서 재빠르고도 기하학적이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민속춤이 원조일 그 노래와 춤사위는 마이클 잭슨 류의 기교한 동작을 뛰어 넘어 놀랍게 정교하고 날렵하다. 볼거리로서는 감흥을 자아내더라도 그렇게 예술혼은 보이지 않고 고도로 훈련만 된 기술로 대중의 혼을 사로잡는 가무가 오락의 주류가 되면 과연 바람직한 트렌드일까.

대중 문화는 미디어의 분화를 타고 대중 속에 파죽지세로 뻗어 나간다. 역겨움의 진앙지는 대중문화 프로그램의 저속성이다. 출생의 비밀과 불륜, 사랑의 삼각관계, 사술(斯術)과 폭력, 상속 싸움, 유치하고 감각적인 대사 등은 TV 드라마의 진부한 단골 주제로서 오랫동안 우려먹고도 여전하다. 연예 등 다른 장르에서도 억지스럽고 낯 간지러운 소재와 대화들이 차고 넘친다. ‘미디어는 마사지’라는 개념(토론토 대학 맥루한 교수)이 시사하듯이 독자와 시청자들은 저급한 수준의 미디어에 노출되어 세뇌당하고 있는 셈이다.

대중문화와 대중사회는 도도한 강물처럼 흐른다. 때로는 맑고 잔잔하지만, 때로는 흙탕물의 급류로 변해서 무섭다. 급속히 진행되는 대중화는 오랫동안 축적된 전통의 가치체계를 무작스럽게 허물면서 지나치게 표피적이면서 집단 이기주의로 치닫고, 제어하기도 어렵다.

시민들의 일상은 모래성 위를 지나간 게들의 자국 같지 않은가? 우정은 세속화에 빠져들고, 주변은 계산기 위에 올려져 잔꾀에 노출돼 있으며, 경제활동도 배면에서는 술수의 난장판처럼 경쟁한다. 뜻있는 철인은 어느 외진 곳에서 목놓아 탄식하고 있을까.


송장길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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