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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대통령에게 '비행기 사주자'

김석하/탐사보도부 데스크

머세디스 벤츠는 좋은 차가 분명하다. 묵직하고 안전하고 품격이 있다. 벤츠가 최고급 명성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품위 유지'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부와 명성을 갖춘 사람은 지역과 인종을 막론하고 벤츠를 몬다.

게중에는 허세를 부리려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벤츠는 품위 유지의 필수 조건처럼 굳어졌다. 고급 벤츠에서 내리는 사람과 평범한 세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는 사회적 시각은 분명 다르다.

한 나라의 대통령쯤 되면 어떤 것이 품위 유지에 필요할까. 땅 위의 것은 대부분 다 갖췄다고 보면 된다. 관건은 하늘이다.

방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미국행도 '전세기'를 이용했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 초반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품위 유지에 좀 흡집이 난다.



사실 대한민국도 대통령 전용기가 있긴 하다. 24년 전인 1985년 사들인 보잉 737기다. 낡기도 낡았지만 문제는 최대 비행거리가 3440㎞밖에 안 돼 중간 급유 없이는 미국에 올 수 없다. 중국.일본.동남아 '전용'인 셈이다.

결국 장거리 순방 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번갈아 전세낸다. 한번 빌리는데 15억~18억원쯤 든단다. 우리가 한국갈 때 타는 기종의 1등석을 뜯어내고 대통령 전용실로 개조한다. 비즈니스석과 일반석은 그대로다. 특별히 청와대 등 주요 포스트와 즉각 연결될 수 있는 통신시설을 갖추는 것 정도가 다르다.

각국 대통령 전용기 중에선 '에어포스 원'이 압권이다. 보잉 747-200을 개조한 것으로써 우아한 회의실에 전 세계 미군을 지휘하는 통신시설 레이더 추적 교란장치에 응급 수술실까지 갖췄다. 기내 전선 길이만 383㎞에 달한다. 한마디로 모든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미국 그 자체'다.

한국에서 대통령 전용기 도입(정확히 말하면 교체) 문제는 '국가의 격'에 관한 문제가 아닌 '뒷다리 잡기'식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전용기 도입을 추진할 때는 야당인 한나라당이 결사 반대했다.

2년 뒤 이명박 정부가 추진 계획을 밝히자 이번엔 민주당이 퇴짜를 놨다. 누가 봐도 속내는 정파 싸움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다. 둘 다 추진 논리는 '국력에 맞게끔'이었고 반대 논리는 '어려운 경제 상황속에서 무리'라는 것이다. 서로 똑같은 이야기를 놓고 여야 입장이 바뀌었다고 명분까지 뒤바꾼 것이다.

요즘 대통령은 세일즈맨이다. 여기저기를 뛰며 나라를 홍보하고 시장 활로를 뚫어야 한다. 세계 13위의 무역대국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시아권만 운항하는 전용기를 갖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1900억원이 드는 사업이지만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력에 맞게끔 제대로 된 전용기 한 대는 있어야 한다. 대통령 개인의 편의가 아닌 대한민국의 격을 높이기 위해서다.

어떤 사람은 전용기 하나 들인다고 해서 나라 전체의 품격이 높아지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전용기는 그 나라의 거울이자 외교 수단이다. 공항에 내리는 대통령 비행기는 TV 카메라가 줌인하게 마련이다. 특히 공항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나라에서 내노라하는 정.재계 실력자들이다.

한국과 관계를 맺고 있거나 맺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멋진 전용기에서 내리는 사업파트너와 전세기에서 내리는 파트너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비행기 너머에는 한국의 파워가 그려진다.

나라 밖에 있을 때 대통령은 한 나라의 자존심이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에게 비행기 한 대는 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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