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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의 시사분석]공정한 세금

얼마 전 우편물로 푸른색 팜플렛 한 장을 받았다. 제목은 ‘Proposed Amendment to the Illinois Constitution’이라고 되어 있다. ‘일리노이 주헌법 수정안’으로 해석될 이 팜플렛은 주총무처가 제작했으며 말 그대로 주헌법을 수정하고자 하는데 그 내용을 미리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11월3일 선거에서 일리노이 유권자들은 주민 투표를 한다.

내용은 현재 주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주 소득세(state income tax)를 변경하고자 하는 것이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부터 소득세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즉 현재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주민들이 같은 세율(flat rate)로 소득세를 내고 있지만 이것을 소득에 따라 차등 납부케 하겠다는 것. 일명 graduated tax, 누진세 제도로 바꾸겠다는 것이 주지사와 의회 다수당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의 계획이다. 많이 버는 주민들은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기본 입장이다.

기준은 연간 소득이 25만달러다. 대통령을 뽑는 11월 선거에서 일리노이 유권자들이 이 주민투표에 찬성하게 되면 주헌법이 수정되고 주소득세 체계도 바뀌게 된다. 특이하게도 일리노이 주 헌법은 소득세를 바꾸기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으로만은 불가능하다. 헌법을 바꿔야만 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거쳐 헌법 규정을 변경하고 주의회에서 소득세율을 정해야만 한다.

일리노이 주 소득세는 현재 4.95%다 주 소득세가 처음 도입된 1969년 이후 고정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주헌법에 누진세가 아님을 적시하고 있다. 그럼 다른 주들은 어떨까. 현재 일리노이주와 같이 고정 세율을 시행하고 있는 주는 9개다. 콜로라도와 인디애나, 켄터키, 매사추세츠, 미시간, 노스 캐롤라이나, 펜실베니아, 유타 등이다. 그 외 주는 누진세인데 캘리포니아의 경우 최고 세율은 13.3%다. 단 연간 소득이 100만달러 이상 번 경우에 한한다. 뉴욕은 최고 세율 8.82%인데 역시 107만달러 이상 버는 주민들에게만 적용된다. 워싱턴주와 네바다, 와이오밍, 사우스다코타, 텍사스, 플로리다주는 아예 주 소득세가 없다.



일리노이주의 소득세 체계 변경과 관련, 현행 체제를 유지하면 수정안에 ‘아니요’를, 누진세로 바꾸기를 원하면 ‘예’를 선택하면 된다. 최근 선거철이 다가왔다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주민투표에 대한 찬반 광고가 다수 나오면서다. TV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찬반 양쪽의 주장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Fair Tax’를 강조하는 주헌법 수정안 찬성쪽에서는 누진세로 바꾸야 하는 당위성을, 반대쪽에서는 헌법을 수정할 경우 모든 세금이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세우며 선전을 하고 있다.

얼핏 봐서는 선동에 속을 수 있는 위험이 크다. 즉 찬성쪽에서는 거의 모든 주들이 공정한 누진세를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도 않다. 누진세의 경우 소득이 많은 중산층 이상이 주민들이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어야 기본 취지에 맞지만 실제 그렇지 않은 주도 있기 때문이다. 즉 누진세를 적용하고 있는 주 중에서 10개는 연 소득 2만5000달러 이하를 벌어도 최고 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 공정한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고 보기 힘든 것이다. 세금 인상의 빌미를 주고 있다고 봐야 타당할 정도다. 반대측의 경우도 그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즉 이번 주민투표가 통과되면 “중산층에 영원한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이로 인한 서민들의 부담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세율 인상이라는 소식이 달가울 수는 없다. 그 적용이 연간 25만달러 이상 버는, 주 전체 인구의 3%에 해당하는 인구에게만 적용된다 하더라도 그렇다. 더군다나 시카고의 경우 내년도에 예상되는 적자폭이 대폭 늘어나 약 12억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로 인해 공무원 수 감축은 물론 세금 인상도 어쩔 수 없이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카고는 이미 5년 전 재산세를 올린 바 있기에 주민들이 체감할 부담은 더욱 크다. 이래저래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감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19 시대에 현명한 지도자를 뽑는 투표가 더욱 절실해지는 이유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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