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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제복 모독’

[LA중앙일보] 발행 2020/09/11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20/09/10 18:47

# 2009년 10월 29일 오전 4시 델라웨어 공군기지. 어둠이 내려 앉은 비행장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새벽 공기를 맞으며 서 있다. 잠시 후 도착한 C-17수송기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사자 18구의 유해가 내려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운구가 끝날 때까지 부동자세로 전몰 군인을 향해 거수 경례를 한다. 대통령은 군 최고통수권자의 자격으로 전사 군인들을 맞았다. 대통령의 경례는 군인들에게 바치는 최상의 예우였다.

# 2014년 10월 9일 US에어웨이 비행기. 육군 특수부대 일등상사 앨버트 마를은 비행기 승무원에게 상의(군인 예복)가 구겨지지 않도록 옷장에 보관해 줄 것을 요청한다. 상의 가슴 쪽에는 많은 표창 메달과 배지가 달려 있었다. 승무원은 옷장은 1등석 승객 전용이라며 거절한다. 소동은 1등석까지 전해졌다. 그때 1등석 승객들이 승무원을 질책하며 마를에게 자리를 양보하겠다며 일어났다. 마를은 거절했고 결국 상의만 1등석 옷장에 보관하는 것으로 끝났다. 승객들은 항공사를 비난했고 결국 US에어웨이는 장문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승객들은 국가에 봉사한 마를에게 감사를 표했고 또한 헌신의 상징인 제복이 방치되는 것도 원치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전용사를 비하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월간지 ‘애틀랜틱(The Atlantic)’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전용사를 ‘패배자’ ‘호구’ 등으로 조롱했다고 보도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던진 참전용사에 대한 모욕이다. 잡지는 또 2018년 트럼프가 파리를 방문했을 때 우천으로 헬기가 뜨지 못하자 머리가 헝클어지는 것이 싫어 미군 묘지 참배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묘지를 ‘패배자들로 가득한 곳’으로 폄하한 발언도 덧붙였다.

트럼프의 군인 비하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빗대 포로를 비난했다. 매케인은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비행기 격추로 5년 넘게 포로가 됐다. 당시 베트남 정부는 매케인의 아버지가 해군 제독인 점을 고려해 ‘조기송환’을 제안했지만 매케인은 거절했다. 자신보다 먼저 수감된 포로를 두고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미국에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이 많다. 국민은 영웅에게 아낌없는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 이중 영웅이 가장 많이 곳이 군대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대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군인의 명예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담당부서(DPAA)의 모토는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No One Left Behind)’다. 유해까지도 반드시 찾아 미국 땅으로 가져 오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미군 유해 1구를 위해 북한에 200만 달러를 지불하기도 했고 베트남 종전 후 미군 유해 발굴에 수천만 달러를 썼다.

군인들에게 교통편 탑승의 우선권이 주어지기도 하고 복지와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각종 행사에서 ‘군인 영웅’이 소개되기도 한다. 이 같은 군인 예우에 일반인의 거부감은 없다. 군에 대한 신뢰와 감사의 표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틀랜틱의 보도에 반박했다. 망해가는 잡지가 ‘가짜 뉴스’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CNN, 워싱턴포스트 등은 사실로 보인다며 반박했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도 사실 쪽에 무게를 두었다.

애틀랜틱 보도의 진위를 떠나 이번 대선에서 군 비하 발언이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군의 존재는 여·야와 보수·진보를 초월한다. 군은 애국심의 상징이고, 정치적 이념이나 대통령의 권위도 애국심에 우선하지 못한다.

2020년 대선은 트럼프 수성에 조 바이든의 도전이다. 벌써부터 선거를 둘러싼 논란은 끝이 없다. 우편투표 공방과 대선 불복 가능성에, 금기의 영역인 ‘제복 모독’까지 불거졌다. 이제 대선까지 53일, 국민의 선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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