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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혼밥’의 시대

코로나19로 집안에서 학교 수업을 듣고 외출도 많이 하지 않은 채 몇 개월을 보낸 아이는 입맛이 있을 리 없어 한동안 밥을 소홀히 했습니다. 한창 자랄 시기에 마른 모습이 안타까워 제가 부지런히 먹거리를 챙겼습니다. 무엇보다 아침을 반드시 먹이고, 방치하던 자전거들을 손봐서 함께 타며 몸의 활동량을 늘렸습니다. 운동도 시작하고 간식까지 챙겨주니 보름도 되지 않아 몸무게가 금방 늘어났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 먹게 하기 위해 최대한 저도 식탁에 마주 앉아 끼니를 같이 하려 노력한 것입니다.

몸을 쓰는 업무는 기계가 돕고, 엘리베이터에서 전동 스쿠터에 이르기까지 자동화된 이동수단들이 빼곡히 일상을 채우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칼로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농사를 몸으로 짓던 시절, 커다란 주발에 고봉으로 채우고 다섯 끼를 먹었다는 작은 체구의 조상님 식탁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적은 양을 먹는 우리는 그마저 부담스럽습니다.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충분하다는 책이 유행한 것 역시 먹는 것에 대한 우리의 주저함을 나타냅니다.

하루 세끼를 지어서 온전히 먹기만 하는 프로그램부터 산속에 홀로 사는 사람들의 끼니를 챙기는 모습까지 방송과 유튜브에서 계속 보여지는 것 또한 금기에 대한 욕망의 발현이 아닐는지요.

세 끼를 함께 먹으며 친구들과 보낸 이야기도 하고 신문에 나오는 세상 이야기도 하던 가족의 식사가 이젠 쉽지만은 않은 세상입니다. 0점대의 출산율로 함께 먹는 사람이라는 글자가 모인 ‘식구(食口)’의 수가 빠르게 줄고 있고, 몇 안 되는 가족들도 각자의 일정이 다채로워 같은 시간을 공유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다 함께 하는 자리에서도 스마트폰에 시선을 두고 혼자 먹던 습관이 이어지려 해 대화나 공감이 자리 잡기 어려운 일 또한 식탁마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제가 만난 기업의 신입 사원들은 회사에 들어와 구내식당에서 선배와 함께 먹는 식사가 불편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며 혼자 밥을 먹다 사회에 처음 나와 가뜩이나 어려운 상대와 식사 중 나누는 이야기가 업무까지 확장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무엇보다 후다닥 식사를 마친 선배가 빤히 바라보는데 계속 먹는 것은 웬만한 배짱으로 어려운 일이라 잔반을 남길 수밖에 없다네요. 회사는 함께 밥을 먹으며 ‘식구’가 되는 문화를 원했던 것이겠지만, 새로운 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가족 같은 회사’라는 농담이 회자되는 마당에 그것이 옳은 방향인지는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혼밥이라는 새로운 언어가 나온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아 나 홀로 식사를 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처럼 지금은 함께 먹는 것이 오히려 드문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것이 드물지 않은 분화된 사회로 가고 있는 것, 밀 키트와 배달음식처럼 먹거리를 준비하는 노고에 많은 새로운 도움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이 땅의 생활에도 ‘고독한 미식가’를 예정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또한 자라나는 세대에는 새로운 스탠더드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홈 파티가 늘고 먹방의 페이지뷰가 폭발하는 것처럼 둘러앉은 테이블의 온기와 서로 마주 보며 식사하는 장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매체와 형식을 달리해도 그 감정은 우리 종(種)에게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한 끼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안온감을 어떤 방식으로건 느껴보고 싶습니다.


송길영 / 마인드 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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