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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죽음’을 보도해야 하는 이유

최인성 / 디지털부장
최인성 / 디지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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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9/14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20/09/13 12:52

‘파울 플레이(foul play).’ 스포츠 경기에서는 ‘반칙’ ‘변칙’ 정도로 이해할 수 있지만 형사법에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된다. 대부분의 사망사건에서 경찰과 법원은 ‘파울 플레이’ 즉 어떠한 ‘부당 행위’, ‘의도적 살인’ 또는 ‘배신 행위’가 있었는지 보려고 한다. 그래서 파울 플레이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사건 현장에 도착한 경관이지만 결국 취합한 증거와 검시 결과로 최종 판단을 내린다.

다시 말해 사망 사건 현장을 검증하는 경관이나 수사 당국은 반드시 해당 사건이 자연사 또는 자살, 아니면 살해인지를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검시소 최종 결론이 있기까지는 수사 당국이 사망 원인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고 용의자 신변도 잘 밝히지 않는다.

언론의 접근은 조금 다르다. 증거와 정황을 차치하고 자연사 가능성이 적은 인물이 돌연 사망했다면 더욱 ‘파울 플레이’ 가능성을 높게 의심하는 것이 기자의 자세다. 사망자가 8년차 한인 경찰공무원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3주 전 LA셰리프에 근무하던 김모 경관이 사망했다. 속보가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목소리가 쏟아졌다. 40대 건장한 청년이 급사했으니 셰리프국도 놀라 급히 소식을 전했다. 근무 중이 아니었고 집에서 가족들이 발견했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파울 플레이’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아 일단 검시 계획도 공개됐다.

소식이 보도되자 이메일 서너통이 날아 들었다. 내용에는 ‘유족의 허락을 받고 기사를 게재했느냐’부터 ‘사진을 게재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까지 항의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파울 플레이’를 배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 사건에 대한 보도는 언론 매체의 ‘존재 이유’ 중 하나다. 더구나 그의 사망이 큰 조명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더더욱 언론은 사건을 널리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김 경관은 카운티 구치소와 현장 순찰조 등의 부서에서 근무했다. 범죄자들과 가까운 곳에서 8년 동안 일했다. 게다가 경관이라는 직업이 스트레스가 많은데다 압력 또는 회유가 있을 수 있는 곳이다.

동시에 그의 죽음은 부당한 죽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격무에 시달리다가, 누군가를 보호하다가 자신을 돌보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죽음을 알리는 일은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묻고 따지는 과정에 매우 중요한 ‘감시자’ 역할을 한다고 기자 교본에 적혀있다. 검시소와 셰리프 측이 그의 사망에 어떠한 파울 플레이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혹시라도 이의 제기가 있어서 법정 다툼이 벌어진다면 최종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그의 사망은 우리가 주시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이 추구해야 할 사회정의 과정이다.

가족을 잃는 것은 살면서 겪는 가장 큰 고통이다. 가족의 사망이 혹시라도 불운한 이미지로 포장되거나, 가족의 사생활이 드러나는 통로가 된다면 유족은 불편할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대부분 독자들은 김 경관의 소식에 가족을 걱정하고 사건의 원인이 빨리 밝혀지길 기원했다고 믿는다. 그 기원만큼이나 언론도 감시의 눈초리를 세웠다. 그래야 맞다.

파울 플레이는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며 한인언론은 한인의 죽음을 앞으로도 지켜봐야 한다.

청년 시기를 커뮤니티 치안과 보호에 불태웠던 김 경관의 명복을 빈다. 예상치 못한 이별에 슬픔에 잠긴 유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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