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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 클리닉] 배탈약에 든 항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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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9/12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20/09/14 06:40

항생제 남용은 감기에서만이 아니다. 흔히 배탈이 났을 때도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언젠가 맨해튼에 있는 한인 약국에 타이레놀을 사러 갔다가 재미있는 일을 본 적이 있다. 어떤 60세 정도의 여행자 두 사람이 약사에게 배탈이 난 것 같으니 약을 조제해 달라고 했다. 약사는 설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열이 있느냐, 복통이 심하냐 등의 질문을 했다. 몇 분간 이야기가 오간 다음에 약사는 약을 조제해 주면서 친절히 설명을 곁들였다. 아침과 저녁 식후에 복용하라면서 알약 세 개짜리 봉지를 열 개 주었다. 후에 알고 보니 거기에는 항생제, 제산제, 지사제가 들어 있었다.

여기서 잘못된 점을 지적해 보자. 우선, 의사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약사에게 한 환자도 잘못이지만, 의사의 처방 없이 항생제를 준 것도 약사로서 분명한 잘못이다. 왜냐하면 처방에 앞서 진료가 있어야 하며, 진료는 의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물론 환자의 증세가 경미한 경우나 일단 간단한 응급조치 차원에서 약사가 제한적으로 약을 추천해야 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약사가 의사 대신 처방을 내리는 것은 잘못이다. 환자가 자신의 증세를 호소해 왔을 때 어떻게 불편한지 물어볼 수는 있겠지만,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을 그냥 주어서는 안 된다.

위의 경우에는 약사가 간단한 소화제를 추천하고 쉬 낫지 않으면 의사에게 가서 검진을 받으라고 충고해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잘못된 음식을 먹고 일시적으로 생긴 위장 장애에 항생제를 먹을 필요는 없다. 특히 바이러스나 세균성 질환으로 설사와 복통이 있다면, 이는 위장을 쉬게 해줌으로써 2, 3일 안에 자연 치유를 기대할 수 있는 가벼운 증세이다. 불필요한 항생제와 지사제 복용은 또 다른 증세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

아무튼 이 두 여행자는 약사가 준 약을 먹고 난 며칠 후부터는 나아질 것이고 그것을 항생제의 효과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 약도 먹지 않았더라도 2, 3일 안에는 회복되었을 증세를 가지고 말이다.

물론, 심한 복통, 혈변, 발열 증상들이 있다면 진료가 따라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 항생제가 처방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지사제와 항생제 복용으로 인해 더욱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언제나 기억해야 한다.

#현철수 박사 - 마이애미 의대 졸업. 예일대병원 위장, 간내과 전문의 수료. 로체스터 대학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스토니브룩, 코넬 의대 위장내과, 간내과 겸임 교수. 현재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를 창설,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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