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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유전? 어린 트럼프, 괴팍한 父아래 살아남아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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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9/17 03:12

조카 메리의 가족 폭로 저서 번역출간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
임상심리학 박사로 삼촌의 심리 해부
공감 능력 떨어지는 아버지 영향으로
수단·방법 안 가리고 이기는 데 몰두
남 괴롭히고 책임 거부, 권위는 무시
‘돈의 프리즘’을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

메리 트럼프 지음, 문수혜·조율리 옮김
다산북스, 320쪽




미국 사이먼&슈스터에서 발간한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의 표지. 한국에서 23일 번역본이 출간된다. 사진은 고교에 해당하는 뉴욕 군사아케데미 시절의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려서 괴팍했던 부친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강박증에 시달렸으며 그 결과 정신 병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인 메리 트럼프가 자신의 저서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Too Much and Never Enough』에서 주장한 내용의 핵심이다. 이 책이 한국에서 번역돼 오는 23일 출간된다.
메리는 트럼프의 형인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1938~1981년)의 딸이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프레드 주니어는 43세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도널드 트럼프는 평생 술도 담배도 입에 대지 않은 이유로 8살 많은 형 프레드가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는 걸 봤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평의 조카 메리 트럼프가 회고록에서 "삼촌이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인 와튼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친구가 대입수능(SAT) 대리시험을 보게 했다"라고 주장했다.[트위터]






돈이 되면 와인에도 '트럼프' 브랜드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와인을 만들어 ‘트럼프 와인’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판다.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인 ‘트럼프’는 미국에서 하나의 상업 브랜드다. ‘트럼프 플라자’ 같은 부동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트럼프 브랜드의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쓰거나 파는 ‘트럼프 샴푸’ ‘트럼프 컨디셔너’ ‘트럼프 바느질 세트’ ‘트럼프 목욕가운’에 심지어 ‘트럼프 슬리퍼’와 ‘트럼프 구두 광택제’도 있다. 트럼프의 이름은 시위대가 들고 있는 피켓에 ‘트럼프 추방’ ‘트럼프 쓰레기’ 같은 구호에도 등장한다. 물론 이 글귀는 상업용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형제. 오른쪽부터 막내 로버트(1948년 생), 셋째 엘리자베스(42년생), 장남 프레디(38년생), 넷째 도널드(46년생), 장녀 메리앤(37년생).[트럼프 캠페인]





임상심리학자인 조카의 내밀한 분석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가진 심리학자인 메리는 이런 삼촌 트럼프의 이중성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공인 트럼프의 독특한 행동과 말의 근본적인 배경을 가족사와 심리분석을 통해 정리한다. 미국 정신과 의사협회는 현역 정치인의 정신을 분석해 발표할 수 없도록 내규화하고 있다. 하지만 메리는 정신과 의사가 아닌 임상 심리학자인 데다, 트럼프의 가족(한국 개념으로는 가까운 친족)에 속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성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으로부터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런 메리가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트럼프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살아있는 권력’의 심리 저변을 가까이에서 목격하고 들은 내밀한 사례를 바탕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이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된 이유일 것이다.



1975년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오른쪽)와 함께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자신의 5성급 호텔 옥상에 ㅗ른 도널드 트럼프 [중앙포토]






아버지 프레드, 이긴 사람만 싸고 돌아
메리는 트럼프 가문의 문제를 자신의 할아버지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아버지인 프레드 트럼프(1905~1999년)에서 찾는다. 메리의 할아버지 프레드는 한 마디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16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 프레드 주니어가 할아버지 프레드의 심리적인 특성인 약한 사람에 대한 잔혹성과 경멸 때문에 빠른 속도로 쇠약해져 갔다고 회상할 정도다.
메리에 따르며 트럼프 대통령은 어려서 이런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언제나 남을 누르는 일에 골몰해왔다고 한다. 남을 괴롭히고 책임을 거부하며 권위는 무시하는 트럼프 행동의 특징은 이런 아버지 프레드 밑에서 자라던 자아 확립 시기에 정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려서 장난감을 숨기는 등 동생을 괴롭힌 것도 사실을 이 같은 압박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버지의 기대를 만족하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과장된 행동을 일상화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일평생 현실을 있는 대로 보지 않고 “좋다” “아름답다” “완벽하다” 등의 단어로 포장하기 일쑤였다고 증언한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의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문서에 서명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동맹·사회정책 '돈의 프리즘'으로 판단
더욱 문제는 할아버지 프레드가 만든 ‘분열의 공기’였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패배자로 몰아가는 행동이다. 이는 고스란히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의 핵심을 구성했다. 그 결과 친절할 수 있는 능력이나 용서의 힘을 믿는 마음은 애초에 트럼프에게 없었다.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역사, 헌법 원칙, 지정학, 외교에 대한 이해가 없다. 이런 지식을 통해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는 압력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7일 위스콘신 주에서 선거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오로지 ‘돈의 프리즘’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는 아버지의 압박에 시달리면서 특유의 생존법을 터득했다. 돈을 바탕으로 동맹국과 사회정책을 평가하는 것도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다. 돈이 빠져나가면 손해이고 돈을 절약하면 이익으로 생각한다. 국가 경영의 비용과 혜택을 오로지 돈으로 평가하는 것이 트럼프 방식의 대통령학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충실한 동맹이던 독일에서 하루아침에 대병력을 철수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분석이다. 미군 주둔비 협상, 한미동맹 등으로 미국과 협상할 게 많은 한국으로선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돈에 관한 한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가치나 명분은 공허하게 여기고 오로지 돈만 소중하게 여기는 게 트럼프의 심리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대통령의 공감 능력 부족은 유전?
메리의 말을 들어보면 트럼프가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말과 행동을 자주 하는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의 하나가 코로나19의 창궐로 미국인들이 죽어갈 때 트럼프 대통령은 주식 시장의 활황을 앞세우며 자기 업적을 자랑하기에 바빴다는 사실이다. 왜 그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메리의 설명을 들으면 그 심리적 배경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메리는 (거짓말을 포함한) 만성적 범죄행위, 거만함,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위 등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관련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가 위기 때마다 거짓말, 말 돌리기, 얼버무리기 등으로 모면해온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가족들 앞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연설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가족들의 이름을 한명씩 부르며 감사의 말을 했다.[로이터=뉴스1]





트럼프 과장법과 망언의 원인 짐작
트럼프는 뻔뻔한 과장법과 노골적 망언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주어왔다. 그 심리적 이면에는 정신 병리적인 취약성과 불안정성이 숨어있다는 것이 임상심리학자인 메리의 최종적인 분석이다. 삼촌의 내력을 폭로하는 책을 낸 메리의 결론은 트럼프가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을 위해 떠나라’며 트럼프의 사임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미 차기 대선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여전히 그런 트럼프에 열광하는 유권자들도 많다. 오는 11월 3일 치를 미국 차기 대선의 향방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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