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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지도자의 조건

남 철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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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9/18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20/09/17 18:20

‘왜 엄만 맨날 나만 시키고 야단이야.’ 개구쟁이 형이 엄마에게 하는 말이다. 골목길 하나를 지배하는 골목대장인 그 형은 기껏해야 한두 살 위였겠지만 우리 조무래기들은 한결 같은 그의 졸개로 그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 형은 무릎에 피가 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손바닥으로 쓱 문질러버리는 대장이었다. 그가 신설동 약초원에 있는 벚나무에 올라가 버찌를 따서 던져주면 우리는 그 버찌를 입술에 문질러 많이 먹은 듯 폼을 잡은 기억이 있다. 그 약초원의 주인인 중국 사람에게 들켜 도망 나오다 우리 대장의 무릎이 철망에 걸려 피가 나는 일도 있었다. 그가 우리 조무래기들에게 먼저 도망가라고 했던 손짓이 아직 눈에 선하다.

문득 그가 우리의 참 대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따르라는 명령도 지시도 없이 우리가 좋아서 따라다녔다. 강요가 없었지만 우리가 스스로 그를 대장으로 생각했다.

‘가장 크게 지배 하는 자는 가장 작은 소리를 낸다(Man that governs the most makes the least noise)’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 백성이, 임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만큼 시달림 없이 마음 편히 살아가는 세상이 있었다는 노래도 있다. 마치 물, 공기, 태양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가 듯 그런 대장, 지도자가 그리운 세상이다.

가장 살기 좋은 세상은 총리, 왕, 대통령, 수반 등이 무엇 하는 사람인지 알 필요도 없이 평화로이 지낼 수 있는 나라가 되는 일이다. 이런 때의 지도자만이 명군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남는다.

어린 시절 우리의 골목대장, 왕초는 눈을 부라리지도 허풍선을 띄우지도 않은 영원한 정의의 개구쟁이 형님이다.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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