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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참상 세계에 알린 '대동강철교 사진' 기억하세요?

[워싱턴 중앙일보] 발행 2009/06/24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09/06/23 18:04

MD거주 한국전 종군기자 막스 데스퍼 옹 인터뷰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 받았지만 한국인들이 겪은 참상 가슴 아파'

“내 생애 가장 비참한 광경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마치 부서진 교각에 달라붙어 이동하고 있는 개미들 같았지요.”

한국전쟁의 비극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평을 듣고 있는 사진 ‘대동강철교(Collapsed Korean bridge)’를 찍은 전 AP통신 종군기자 막스 데스퍼(Max Desfor·95·사진)씨. 그는 이 사진으로 1951년에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런 그가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의 한 노인아파트에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AP통신사에 도움을 요청, 그를 찾았다. 푸근한 인상의 그가 현관까지 나와 맞아줬다.

집안에 들어서니 벽에 걸린 한국전쟁 사진들과 한국전통 문갑, 고려청자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5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데스퍼씨는 먼저 서재에 걸려있는 ‘대동강철교’사진을 가리키며 “나는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아 영예를 누렸지만 사진속의 많은 한국인들은 아직도 큰 상처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1951년 1월 혹독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평양. 데스퍼씨는 유엔군이 중공군 인해전술에 밀려 퇴각하고 있을 무렵 그들과 함께 대동강을 건넜다. 부교를 띄우고 강을 건넌 군인들 틈에 끼어있던 그는 부서진 대동강 철교 위를 주목했다.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난생처음 보는 처참한 광경이었다. 강 남쪽 둑에 올라 철교 난간에 ‘개미떼 같이 붙어있는’ 피난민들의 행렬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짐을 머리에 이거나 등짐을 진 사람들…그들중 상당수는 다리 난간 위에서 몸을 가누지 못한채 강 아래로 떨어져 죽어갔다. 강 북쪽에는 다리에 오르지 못한 수천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셔터를 누르는 데스퍼씨의 손은 얼어붙었지만 정신만은 또렷했다.

“45년간 사진기자를 했고 그 중 10여년은 2차 세계대전 등 끔찍한 전쟁터를 돌았는데, 그날 같은 장면은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데스퍼씨는 10여년전 뉴욕에 사는 한 한국계 젊은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산가족의 후손이라고 밝힌 그는 “선생님이 찍은 대동강철교 사진에 찍힌 수많은 피난민중 한 명이 바로 우리 아버지이셨다”면서 “사진을 볼때마다 우리 가족과 민족의 비극을 떠올리곤 했다”고 눈물지었다.

데스퍼씨는 퇴각도중 눈 속에서 얼어죽은 피난민들도 숱하게 촬영했다. 눈속에 숨구멍을 뚫어놓은 채 동사한 아이들, 총을 맞아 쓰러진 엄마의 품에서 놀고 있는 아이 등…군인들을 쫓아가야 하는데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밖에 알려지지 않은 한국전 사진들이 데스퍼씨 서재 여기저기에 걸려있거나 쌓여 있었다.

“한국전쟁의 비극은 당사자인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역사입니다. 특히 이로 인해 생긴 1천만 이산가족의 문제는 하루빨리 풀어야 숙제지요. 남한은 물론 미국에도 한국계 시민권자 이산가족들이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대화채널이 속히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은 국제사회에 당당히 나와 이의 해결에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데스퍼씨는 혹시 한국전의 참상을 잘 모르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있다면 “한국전 뿐아니라 세상의 역사를 폭넓게 알고 시야를 넓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앞으로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으니 그는 초대만 해준다면 언제든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가 휴전 무렵 한국을 떠날때 한반도는 온통 찢기고 파괴된 상태였지만 25년후 다시 방문했을때는 정말 몰라볼 만큼 발전해 있었다. 이후 두차례 더 갈 적마다 한국의 빠른 발전상과 아름다운 모습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단다.

데스퍼씨는 부인 셰런 데스퍼와 슬하에 1남을 두었다. 그는 100세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손수 운전할 정도로 건강이 좋다. 증손자들이 집에 오면 이들과 손잡고 나들이 가는 것을 즐긴다. 나갈때 니콘카메라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막스 데스퍼씨는?

한국전쟁 3년내내 취재…전쟁상흔 사진으로 담아


막스 데스퍼씨는 1950년 한국전 발발후 1953년 휴전때까지 꼬박 3년간을 취재한, 한국전쟁에 관한한 전문가중의 전문가다.

전쟁 참상을 찍어 AP통신 본사에 보낸 사진만도 수천장에 이른다. 2차 세계대전때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도 취재했고, 마닐라 전쟁과 인디아의 킬링필드도 취재한 그였기에 한국전쟁의 전후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맥아더 장군과 일본군 대표단이 2차대전 종식을 선언하고 서명식을 가진 그 유명한 군함 사진은 그가 찍은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 정도다.

전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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