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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국적 2세들 한국 병역 족쇄 풀렸다 .

전종준/변호사
전종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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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9/26 미주판 4면 기사입력 2020/09/25 18:41

[특별기고] 선천적 복수국적 헌법 불합치 판결을 보고
7년 헌법소원 마침내 결실
미 공직진출 걸림돌도 걷혀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의 불합리성을 처음 제기하고 지난 7년간 사비를 들여 헌법소원을 제기해 온 전종준 변호사가 마침내 ‘헌법 불일치’ 판정을 이끌어냈다. 미주 한인 입장에서는 역사적 판결이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판정 직후 워싱턴DC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 변호사가 중앙일보에 보내온 기고문 전문을 게재한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2020년 9월 24일 오후 2시(한국 시간)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크리스토퍼 멀베이(Christopher Mulvey, Jr.)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대해 재판관 7:2의 결정으로 헌법불합치 선고를 하였다.

지난 2015년 제4차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4 결정으로 합헌결정이 내려진 것과 대조되는 결정이다. 이번 결정은 국적법 중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을 제한하는 조항(제 12조 제 2항 본문 및 제 14조 제 1항 단서 중 제 12조 본문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위헌임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였다. 다만, 법률의 공백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며 2022년 9월 30일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때까지 입법이 되지 아니하면 2022년 10월 1일부터는 그 효력을 잃게 된다고 판단하였다.

미국에서 태어난 이 사건 헌법소원 청구인 멀베이는 출생 당시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영주권자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기에 대한민국 국적과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멀베이는 한국 호적에 올린 적도 없고, 한국에서 살 의도도 없는 미국에 생활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다.

국적법 제 12조(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의무) 제 2항 및 제14조 제1항 단서에 의하면, 멀베이와 같은 남성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국적선택을 하여야 하고, 그 때까지 한국 국적 이탈을 하지 아니할 경우 병역의무를 이행하거나 38세가 되어 병역이 면제 되지 않는 한 한국 국적 이탈을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주된 생활의 근거를 한국에 두면서 한국 국적자로서의 혜택을 누리다가 병역의무만을 면하고자 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과 달리, 멀베이와 같이 주된 생활의 근거를 외국에 두고 한국 국적자로서 혜택을 누리지 않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도 일률적으로 국적이탈에 제한을 가한 위 국적법 조항에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한인 2세들은 국적이탈 절차는 물론 한국 국적을 보유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으며, 이에 관한 한국 정부의 개별 통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그동안 선천적 복수국적을 가진 미주 한인2세들은 38세가 될 때까지 미국의 공직진출 등에 장애를 받아 왔다. 이번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복수국적을 해소할 수 없음으로 인해 공직 등 업무를 담당할 수 없게 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사익침해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하였다.

지난 결정에서 외국에서 복수국적자가 일정한 공직에 취임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는 극히 우연적인 사정에 지나지 않다고 판단한 것과 매우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번 결정을 통해 앞으로 한인 2세들이 미국사회의 중요기관인 연방정부나 주정부, 육해공군 사관학교 등에 불이익 없이 진출하고, 나아가 25세부터 가능한 연방 하원의원, 30세부터 가능한 상원의원, 35세부터 가능한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하여 ‘한국계 오바마’가 탄생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된 것이다.

그동안 나는 2013년부터 원정출산도 아니고 병역을 기피할 목적도 없는 미주 한인 2세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국적법을 확대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그때마다 국민정서와 병역평등부담의 원칙을 내세운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4전 5기의 정신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헌법소원을 제기할 결과, 7년 만에 드디어 헌법소원에서 승소하게 되었다.

나는 향후 국회의 입법 방향에 대해 “원정출산과 병역기피와 관련 없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에는 18세가 될 때 한국국적 자동 말소를 법제화하고, 또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조부모나 부모에 의해 한국 호적에 올라가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는 언제든지 국적이탈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나는 지난 7년 동안 5차에 걸친 헌법소원을 무료 봉사로 진행했다. 그동안 미주동포의 뜨거운 성원과 각 언론의 대대적인 협조 등으로 국가와 사회의 관심을 이끌어 낸 역사적인 업적이다.

또한 900만 해외동포 2세들에게 새로운 세계화의 문을 열어주게 되어 한국의 국익 뿐만 아니라 해외동포의 권익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매우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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