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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이러스 확산의 사각지대

질병이 지나간 자리는 항상 그 흔적이 남는다. 상처나 고통 그리고 죽음이 피할 수 없는 상흔처럼 남는다. 어떤 이에게 깊은 정신적 상처로 남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으로 남기도 한다. 며칠 전 일 때문에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열 살과 여덟 살의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 화재가 일어나면서 지금까지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은 모두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집안에 방치된 결식아동의 비극과 감염병은 표면적으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 코로나19의 확산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물론 이 비극적 사건은 코로나19의 통계에 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회적 연결고리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현재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는 감염경로나 양상에 있어 다른 감염병들과 비교할 수 없이 광범위하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 숫자가 3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9개월 전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헛된 희망처럼 보인다. 더욱이 기저질환을 앓고 있거나 보건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적절한 치료기회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가 매일 마주하고 있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는 실질적으로 얼마나 이 바이러스가 우리의 생활에 충격과 여파를 가져왔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일상생활에 미친 충격의 강도와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초과사망률’이라는 통계방식을 사용한다. 보통 정상적인 상황에서 한 사회의 사망자 수는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해 동안 사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평균치에 대한 통계를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창궐하면서 예측가능한 평균치를 넘어 훨씬 많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 이러한 예측은 정확하게 현실로 나타났다.

영국의 BBC 방송에 의하면 전 세계 27개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국가에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영국,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의 경우 초과사망률이 40%에서 50%까지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 성공적인 검사 및 추적 방역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초과사망률은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제기한다. 물론 초과사망률에 대한 측정의 목적처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 숨겨진 감염을 찾을 수 있다. 무증상 감염의 비율이 20~30%에 이르는 상황에서 초과사망률은 우리가 찾지 못한 감염의 고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초과사망률은 우리가 미처 관심을 갖지 못했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지난 9개월 동안 우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힘을 집중했다. 그런데도 방역시스템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항상 존재한다. 모든 관심이 코로나19로 집중되면서 우리가 관심이 갖지 못한 사람들의 삶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이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 그리고 부모의 무관심에 방치된 아이들과 같이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적절한 치료와 돌봄을 받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생각할 수 없이 치명적일 수 있다. 한국에서 초과사망률 5%의 의미는 바로 우리가 관심을 갖지 못한 삶에 관한 것이다.

또한 이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의 상황에 국한할 수 없다. 현재 팬데믹 상황은 모든 가용한 자원을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이 와중에 더욱더 소외되고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죽음에 이르는 생명이 더 많아지고 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150만명의 사람이 결핵으로, 100만명이 말라리아로 죽어간다. 이렇게 방치되고 관심에서 벗어난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의 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회의 사각지대를 영악하게 찾아 감염을 일으킨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치열한 방역 전선에서의 싸움과 함께 방치된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이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삶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기흥 /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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