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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판화가 ‘품은’ 소수자들의 삶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유독 생각나는 작가가 있다. 바로 20세기 최고의 판화가 중 한명인 케테 콜비츠다.

독일 민중예술의 어머니로 불리는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지난해 열린 게티센터 전시에서다. 투박하기 그지없는 작품인데 한번 보면 쉽게 잊어버리기는 힘든, 인상 깊이 남는 작품이다.

콜비츠는 평생 가난, 질병, 실직, 매춘 같은 사회 문제를 예술 속에 담아내려 노력했다. 노동자, 농민 같은 억압받는 민중들의 모습을 검정과 회색의 선 굵은 판화로 강렬하게 표현했다. 거칠고 투박한 작품은 그의 삶과 그대로 맞닿아 있었다.

콜비츠는 부드러운 유화로는 참혹한 세상을 표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칼과 끌로 거친 나무를 사용하는 목판화를 선택했다. 유화를 버리고 판화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자신의 작품이 비싸게 팔리지 않길 바라는 작가가 있을까 싶지만 콜비츠는 달랐다. 자신의 작품이 비싼 작품이 되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되길 더 원했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판화는 그녀에게는 사회 참여적 수단이었다. “나는 이 시대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콜비츠는 작품의 목적을 규정했다.



그렇게 노동자들의 손에 그는 자신의 작품을 쥐여주었다.

그의 거친 판화는 이민자들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이들이 가족을 잃고, 일자리를 잃고, 주거지를 잃었다. 이에 정부와 일부 기업들은 국민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기부양 체크를 발급하고 추가 실업수당을 제공하고, 세금 납부를 연기해주고, 주거 지원금을 나눠준다. 어려운 이 시간을 힘겹지만, 함께 넘어가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이민자는 좀 다른 취급을 받는다. 어려운 시기에도 올라가고 강화되는 것은 이민 수수료와 정책뿐이다.

내달 2일이면 이민 수속 수수료가 대폭 인상된다. 시민권 신청만 해도 725달러에서 1200달러까지 오른다. 한 번에 475달러나 올리는 셈이다. 구성원이 여러 명인 가족에게는 시민권 신청비는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던 수수료 면제 혜택 역시 아예 없어질 위기다.

지난 2월 시행된 영주권 신청 관련 ‘공적부조’ 규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다. 공적부조 규정이 이민자들에게 의료혜택을 받지 못 하게 함으로써 큰 위협이 된다”며 시행을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시간 이민자를 위한 일말의 배려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은 이민자의 땅이다. 많은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열심히 일했고 그렇게 미국은 이민자들과 함께 성장했다.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도 미국으로 이주해 온 이민자다. 미국은 수많은 이민자들이 만들어 놓은 풍요로운 땅이다. 억만장자 워런 버핏 역시 “이민자가 없으면 미국도 없다”고 말했다.

2020년은 함께 이겨내야 할 시기다. 어렵고 힘든 이들을 품었던 케테 콜비츠가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위대한 작가로 남을 수 있었던 것처럼 미국도 지금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이들을 넉넉하게 품어야 할 때다.


오수연 / 사회부 차장·문화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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