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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원격수업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하는 곳이 많다. 아이들을 등교시키지 않는 것이 감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까.

신시내티 의과대학 캐서린 어거 교수팀은 최근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미국의 경우 올 3월 초부터 두 달 동안 휴교한 덕분에 환자수를 62%나 줄일 수 있었고, 사망자도 58% 줄일 수 있었다고 추산했다. 연구팀은 특히 코로나19가 많이 번지기 전에 학교 문을 닫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럼 앞으로도 아이들을 집에 머물게 하고 수업은 원격으로 진행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선 아이들 점심이 문제다. 물론 집에 점심을 챙겨줄 사람이 없는 경우가 가장 큰 문제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다.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느라 운동량이 주는데다 맛은 좀 덜해도 균형 잡힌 급식 대신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정신 건강도 걱정이다. 홍콩은 3월 27일로 예정되었던 대학 입학시험을 불과 엿새 전에 황급히 한 달 후로 연기했는데, 수험생의 20% 이상이 자신의 스트레스 정도를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평가했다. 또 정신 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25세 이하 영국인 2111명 중 83%가 코로나 이후 자신들의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응답했다. 26%는 도움을 청할 곳을 찾기가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가정 폭력에 노출될 기회도 많아진다.



학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지식 전달은 온라인 수업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확연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과목마다 중위권이 줄고 하위권이 현저히 늘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호젓하게 온라인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집의 아이들이 걱정이다.

더구나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의 영향은 아주 오래 간다. 교사 파업이 흔한 아르헨티나에서 1971년에서 1985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사 파업의 장기적인 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있다. 멕시코 은행 다비드 하우메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이 초등학교 때 겪은 파업 때문에 고등학교를 제대로 졸업할 가능성은 5% 줄었고, 대학교를 마칠 확률은 13% 낮아졌다. 30대가 되었을 때 이들의 수입은 파업이 없었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남자는 3%, 여자는 2% 적었다.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저학년 때 파업을 경험한 경우 더 뚜렷했고 형편이 어려운 집 아이들에게서 더 확실해 보였다.

몇 가지 백신 후보들이 최종 시험 단계에 접어들면서 백신이 개발되면 누가 먼저 맞아야 할지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료진이 최우선 접종 대상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고, 그 다음으로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 거론된다.

그렇지만 아이들부터 먼저 맞춰 학교로 돌려보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선생님의 칭찬과 꾸지람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친구들과 경험한 협력과 갈등을 통해 배운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없게 된 아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고위험군인 셈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식량난에 허덕이던 영국이 부족했던 우유를 항상 아이들에게 먼저 배급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임재준 /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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