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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유가 생명에 우선할 수 있나

요즈음처럼 미국에서 사는 것이 당혹스러울 때가 있었는가 싶다. 미국이 이렇게 낯설어 보이는 것은 분명 문화 차이 때문일 것이다. ‘사랑의 역사’를 쓴 중견작가 니콜 크라우스의 지적대로 발가벗겨진 미국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생소함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으로 이민 와 대형 총기난사로 많은 사람들이 숨지는 사건들을 목격했을 때도 그랬다. 정신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현실에서 개인의 총기소지를 규제하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비극을 막을 수 있는데도 총기규제법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들의 뿌리 깊은 자유권에 대한 요구가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해도 된다고 생각할만큼 강하구나 하는 것을 이해면서도 아쉬움은 컸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독일, 영국 등 서양 문화권을 중심으로 마스크 사용에 대한 저항 움직임이 있었다. 특히 치열한 독립전쟁을 통해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국가를 세운 미국이 심하다. 마스크 사용과 거리두기 등을 권장하는 보건당국과 마스크 사용을 국가가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세력은 항시 상존하고 있다.



실제로 걷기 운동으로 산행은 거리두기가 힘들 것 같고 집 근처 공원은 거리두기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아 해변을 찾았다. 넓은 해변은 거리두기가 편할 것 같아서였다. 찾았던 헌팅턴비치, 실비치, 샌클레멘티비치 등에는 마스크를 한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해변에 나와 있는데도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 특히 헌팅턴비치에는 거의 없었다. LA카운티와 오렌지카운티에 감염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을 때에도 그들은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

반면에 한국이나 일본, 중국은 방역을 위한 국가정책을 엄격히 지키는 비율이 휠씬 높다. 중국은 인구 1000만이 넘는 도시에서 모든 주민들의 거주 아파트 출입을 금지시킬 만큼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다. 한국도 확진자의 신상과 동선을 발표하면서 직업이 유흥업소 직원인데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까지 보도했다. 이건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게 해서 세 나라는 이웃간에 감염을 막는데 성공하고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를 억제하는 주체가 국가 권력이든, 여론이든 섬뜩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인간의 자유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려는 서양인과 공동의 선을 위해서는 기본권을 강제해도 된다는 동양인 사이에는 분명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어느 쪽이 옳은 지에 대한 판단은 적절하지 않다. 누구나 자신이 지키려고 하는 서로 다른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가 개인의 기본권을 강제해서가 아니라, 모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방역 당국의 지침을 따르는 성숙된 시민의식은 필요하다. 노약자 등 스스로 방역 상태를 유지하기 힘든 사회적 약자가 바이러스의 위협을 받고 있다면 당연히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의 사망자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성찰하고 행동하는 것은 문명인의 본분일 것이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훈련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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