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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커피의 날’을 아십니까

박낙희 / 경제부 부장
박낙희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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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9/30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20/09/29 18:03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를 따라 다방에 종종 가곤 했다. 어른들 사업 이야기하는데 굳이 가겠다고 한 것은 바로 계란반숙 때문이었다. 집에서도 먹을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 다방에서 만들어 주는 것이 더 맛있었다. 지금도 다방 하면 커피가 아니라 계란반숙이 떠오른다. 남들보다 일찍 다방 출입을 했음에도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은 대학원 입학 후였다. 그 전까지는 카페를 가든 커피점을 가든 다른 음료를 마셨다. 쓰디쓴 콩 태운 검정 물을 왜 돈 주고 마시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대 후 대학원 복학 전 6개월간 일본 도쿄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당시 물가가 워낙 비싸 어학원을 다니며 신주쿠 알타 광장 인근의 5층짜리 카페에서 일하게 됐다. 처음에는 주문받고 서빙을 했지만 두어 달 뒤부터는 주방에서 커피, 홍차부터 파르페까지 만들 수 있게 됐다. 주문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메뉴는 역시 커피였다. 뽑아낸 커피를 손님들에게 내놓으면서 ‘이 한약 같은 검정 물을 왜 그렇게도 찾는 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판매하던 커피를 종류별로 맛을 보기 시작해 긴자 거리의 커피전문점 마스터가 융필터로 심혈을 기울여 내려준 고가의 커피까지 맛봤다. 하지만 여전히 한 시간 넘게 일해 번 돈을 내고 마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커피가 좋았다기보다는 분위기 좋은 커피전문점을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복학 후 충무로 대한극장 인근에서 아담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게 됐다. 업소명, 인테리어 컨셉트부터 커피 원두, 오디오 시스템까지 직접 손이 안 닿은 곳이 없었다. 커피 전문 오퍼상을 통해 일반 원두 값의 두배가 넘는 고급 원두를 공급받아 맛있는 커피를 분위기 있는 음악 속에 즐길 수 있게 서비스했다. 그러다 보니 당시 커피전문점 쟈뎅의 커피값보다 1.5~2배가 비쌌음에도 단골들이 늘기 시작했다. 지역적 특성 때문인지 영화 관계자나 배우,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도 들리곤 했다.

커피는 입에도 안 대다가 하루를 커피로 시작해 커피로 끝내는 생활을 하게 되다니 믿기지 않았다. 덕분에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이제는 원두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매년 9월 29일이 전국 커피의 날이고 10월 1일은 세계 커피의 날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성의 62%가, 여성의 66%가 매일 커피를 마시고 이들이 마시는 커피 양이 하루 평균 3.1컵이라고 한다. 미국인의 하루 소비 커피 양은 4억컵, 지구촌 각지까지 포함하면 22억5000만 컵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로 재택근무, 원격 수업 등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커피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커피’를 매일 마실 뿐만 아니라 기념하고 자축하는데 세계인이 동참할 정도니 명실공히 지구를 대표하는 음료가 아닐까 싶다.

‘난 그래도 다방 커피가 최고야’라며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시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원터치로 원하는 향과 맛의 커피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캡슐 커피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시는 방법이나 맛은 개인 선호 문제이지만 갓 볶은 커피 원두를 갈아 내린 드립 커피를 권하고 싶다.

와인 못지않게 커피도 원두 종류와 산지, 로스팅, 그라인딩, 물 온도, 드립 방법 등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입문하기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하는데 유명 커피전문점 커피 10여잔 가격이면 기본적인 드립 커피용품을 갖출 수 있다. 원두야 이거 저것 체험해보며 입맛에 맞는 것을 찾으면 되고 드립 방법은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커피의 날을 맞아 그윽한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원두커피 한잔으로 코로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떨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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