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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대통령의 ‘무게’

[LA중앙일보] 발행 2020/10/09 미주판 20면 입력 2020/10/08 18:32

역대 대통령 중에서 도널드 트럼프만큼 다양한 화제를 뿌린 인물도 드물다. 취임 초부터 거침없는 언변과 행동으로 이전 대통령들과 완벽하게 차별화했고 주변 스캔들과 불리한 상황은 가짜뉴스로 일축했다. 군을 비하하는 발언도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통의 정치인이라면 정치 생명에 치명적일 사안도 트럼프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트럼프의 건재는 변함없이 굳건한 지지층과 그의 ‘기행’에 익숙해진 국민들 덕분이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평소 코로나를 대단하지 않게 생각했고 마스크 착용 반대를 솔선수범했다. 양성 판정 충격은 미국을 넘어 세계로 전해졌다. 대통령 유고시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미국 대통령 중 4명이 병환으로 재임 기간 중 사망했다. 9대 윌리엄 해리슨 대통령은 취임 한달 만에 별세했다. 68세로 당시에는 고령이었던 그는 건강을 자신해 비오는 날 유세하다가 폐렴에 걸려 사망했다.

12대 재커리 테일러는 위장질환으로 재임기간을 채우지 못했고 29대 워런 하딩은 임기를 2년 넘긴 시점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두 사람 모두 암살설이 불거졌지만 후에 병사로 밝혀졌다. 4선에 성공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뇌출혈로 4선 재임 시작 한 달만에 별세했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면서 행정부의 수반이다. 세계 최강의 군대를 지휘하는 군 최고통수권자이기도 하다.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이다. 권력의 핵심인 대통령의 안위는 중대한 사안이다. 권력의 공백이 없도록 대통령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책무다.

미국 역사는 대통령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따라 4년 또는 8년의 역사를 책임진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재선돼도 대통령의 대수(代數)가 바뀌지 않는다.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이 22대 퇴임 후에 23대 벤저민 해리슨을 이어 대통령에 다시 선출돼 24대 기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각각 고유의 대수를 갖는다. 그만큼 인물 중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45명의 대통령이 미국을 이끌면서 그들의 역사를 썼다.

지난 5일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한 지 72시간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했다. 이튿날인 6일에는 ‘코로나19가 독감보다 덜 치명적’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미국에서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할 때 했던 말을 되풀이 한 것이다. 양성 판정으로 그동안 경시했던 코로나에 대한 생각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깨졌다.

미국과 세계를 이끌어가는 대통령이다. 말과 행동에 책임이 따른다. 위기의 시대에는 더욱더 말의 무게가 느껴져야 한다. 치료 경험자로서 개인적 의견을 말할 수는 있지만, 그 이전에 트럼프는 국민 21만 명이 코로나로 안타깝게 숨진 나라의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지만 피츠버그대 데이비드 네비스 교수의 말처럼 대부분 국민은 자체 의료팀을 가질 정도로 운이 좋은 것이 아니다.

트럼프가 퇴원 후 백악관에 도착해 첫번째로 한 행동은 마스크를 벗어 제치고 거수경례를 한 것이다. 거수경례에 대해 백악관은 ‘동맹과 적국에 힘을 보여준 행동’이라고 맥락 없는 설명을 했다. 지금 트럼프에게 동맹과 적국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19다. 국민 모두는 당면한 적을 바이러스라고 생각하는데 대통령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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