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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기고 싶은' 한인 이민의 기록

장수아 / 사회부 기자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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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10/12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20/10/11 14:24

본지는 기획 시리즈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한인사회 원로들의 삶과 업적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첫 주인공은 민병수 변호사다. 고 민희식 초대 LA총영사의 둘째 아들로 1948년부터 LA서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로 87세인 그의 인생은 장구한 한인 이민사를 한 폭에 담고 있다.

매주 토요일 그의 자택에서 진행되는 인터뷰는 최소 3시간씩 이어진다. 단편적인 기억에 그때의 상황, 전후 배경, 감정까지 실어야 한 장면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고령에 모든 기억이 선명할 수도 없다. 흐릿한 기억은 여러 차례 조각을 끼워 맞춰야 비로소 선명해진다. 이처럼 신중한 작업을 요하는 ‘남기고 싶은 이야기’ 인터뷰의 요지는 ‘역사의 기록’이다. 기록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 또는 그런 글’이다. 즉, 뒤를 되돌아볼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역사 기록의 중요성은 한국 국가기록원의 모토가 잘 보여준다. ‘정보가 모이는 곳, 역사가 숨 쉬는 곳, 미래가 보이는 곳’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은 단순 정보의 축적이 아닌 정보를 통해 과거를 보고 미래를 예견하는 데 의의가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역사가 갖는 기능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과거 역사적 인물을 통해 지혜와 교육을 얻게 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돕는 것 등이 꼽힌다.

역사를 기록하는 것에 목숨까지 건 이들도 있다. 중국 역사서 ‘좌전(左傳)’에 실린 태사 삼형제가 그 대표적인 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에 정변이 터지면서 대부 지위에 있던 실력자 ‘최저’가 제나라 왕이었던 ‘장공’을 죽인 후 왕의 동생이었던 ‘경공’을 왕으로 세웠다.

온 나라가 최저의 만행에 두려움에 떨었지만, 제나라 태사(太史·역사를 기록하는 관리)만큼은 아니었다. 그는 붓을 들고 “최저가 임금을 시해했다”고 기록했다.

격분한 최저는 곧바로 잡아 죽였고 태사직이 세습되던 당시 전통에 따라 그의 동생이 이어받았다. 하지만 그 역시 “최저가 임금을 시해했다”고 기록했다.

동생 역시 죽임을 당하고 셋째 동생이 태사로 들어갔지만 그 역시 똑같이 기록하자 최저는 두손을 들었다.

그들은 기록 없이 역사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논란이 있는 말이긴 하지만, 이 말이 담고 있는 핵심에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기록되지 않는 역사는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인 이민사를 기록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초기 이민사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초기 한인사회를 거울 삼아 더 단단한 지금의 한인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

더불어 기원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맥을 짚어야 한인 역사의 폭과 깊이가 결정된다. 당연히 이민역사가 짧은 것보다 긴 것이 한인사회의 저력을 보여주는 데 더 큰 도움이 된다. 미대륙에서 이민자로서 터를 잡고 살아온 뿌리가 길고 오래될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인들에게 역사 기록은 곧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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