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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치에 이용되는 코로나19

금년초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라는 감염증과의 전쟁이 불과 몇 개월 만에 전 세계로 확대됐다. 세계 200여 국가는 자국의 국민을 감염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나름대로 방역대책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특이한 방역대책을 세우고 있는 두 나라가 있다. 하나는 미국이고 하나는 대한민국이다.

미국의 경우 현재 코로나19로 사망한 미국인이 21만 명을 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은 사망자다.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 최고의 사망자를 배출한 원인 중에는 코로나의 위험성을 경시하는 대통령의 행동도 한몫을 했다.

대통령과 인터뷰를 했던 워싱턴포스트 기자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2월부터 코로나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공개적으로는 “코로나는 별것 아니다, 독감과 비슷한 정도의 바이러스다”라고 경시했던 것이다.



대통령이 코로나의 위험을 초기부터 인정하고 철저히 대응했더라면 미국인 사망자 수는 지금보다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지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에 초청된, 코로나로 남편이 사망한 중년의 미망인은 울먹이며 “자신의 남편은 열렬한 트럼프의 추종자였기 때문에 코로나를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는 트럼프의 말을 믿고 행동하다가 병에 걸려 죽었다”며 대통령을 원망했다. 진실을 부정한 대통령의 허세로 말미암아 미국인들의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은 느슨해졌다.

트럼프의 관심은 오직 자신의 재선이다. 금년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온통 마음이 쏠려있는 상태다. 그의 재선에 가장 필요한 캐치프레이즈는 성공적인 경제정책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국민들이 움츠러들면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이고, 이것이 그가 제일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그는 코로나의 위험을 축소해 경제성장을 지탱하려고 하고 있다.

코로나를 경시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말았다. 사람은 고통을 통해 성숙해진다고 한다. 병원에 입원했다 돌아온 대통령에게 국민은 겸손을 기대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코로나는 독감 바이러스보다 약하다. 코로나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라며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 버렸다.

코로나19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금년 말까지 2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더 사망할 것이라는 것이 질병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한국 정부의 경우는 미국과 반대로 과잉 통제다. 광화문 일대 서울 도심 한복판은 공휴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역사적인 장소다. 그러나 금년 개천절과 한글날에 시민들은 발도 들여 놓지 못했다. 정부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코로나19의 방역 대책을 과도하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경찰 버스 300대와 1만 명의 경찰 인력으로 도심 한복판을 완전 차단했다.

즐거운 휴일에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어디나 이와 같이 통제했다면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눈물겨운(?) 노력에 감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잉 통제를 한 곳은 광화문 일대 뿐 다른 곳에는 휴일 인파와 차량으로 넘쳐 났다고 한다.

한국 정부의 의도는 국민 건강 보호보다 반정부 시위 사전 차단이 먼저다. 세종대로와 광화문 일대는 광장 민주주의의 본산이다. 한국 국민은 정권에 불만이 있을 때 이곳에 나와 불만을 토로한다. 정부가 두려워한 것은 바로 이러한 불만에 찬 국민의 함성이었다. 결과적으로 집회의 자유를 구속 당한 한국 국민은 코로나19 대신 울화병이라는 속병에 괴로워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평가절하하고, 한국에서는 반정부 시위를 차단하기 위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확대적용한 셈이다.


권영무 / 샌디에고 에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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