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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마이클 잭슨과 오드리 햅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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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09/07/09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09/07/08 20:13

이종호/편집2팀장

'황제'의 마지막 가는 길은 뜨거웠다. 무수한 스타와 유명인들이 눈물을 흘렸다. 전 세계가 TV로 인터넷으로 세기의 추모식을 지켜봤다. 마이클 잭슨 그는 그렇게 떠나 갔다.

가수로서 그의 재능은 눈부셨다. 그것으로 일찌감치 정상에 섰다. 명성도 얻고 큰 돈도 만졌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그의 삶은 뒤틀렸다. 무대 위의 그는 화려했지만 막 뒤의 그는 쓸쓸했다. 사람들은 그의 춤과 노래에 열광했지만 그의 삶을 향해선 조소했다.

그런 세상을 그는 믿지 못했다. 낳아 준 부모마저 남이었다. 타고난 자신의 모습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감추고 덧씌우고 고쳤다. 경호원을 수십 명 씩 두고도 편안하지 못했다. 마침내 약물에 기대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는 혐의까지 풍겼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의 음악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성취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은 안타까움과 허탄함만 남겼다. 금으로 도금된 수만 달러짜리 관에 마지막 육신을 뉘었지만 그런 영화조차 오히려 측은함만 더해준다. 왜일까.

사람은 돈을 얻고 명성을 얻으면 이전의 자기를 쉬 망각한다. 명예를 얻고 권력을 얻으면 이전엔 뻔히 잘 보던 것도 더 이상 보지 못한다. 스승의 질책도 친구의 비판도 더 이상 듣지 못한다. 아니 들으려 하지 않는다. 잭슨도 그랬을까.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고 했다. 맨 몸으로 왔다가 맨 몸으로 돌아간다는 것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간단한 진리를 깨닫는 것이 쉽지가 않다.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가진 사람은 더욱 그렇다. "그까짓 것" 하며 내던져 버려도 다시 집어 들 또 다른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더 집착한다. 움켜쥘 줄만 알지 놓을 줄을 모른다.

'로마의 휴일'로 유명했던 오드리 헵번은 뭇 남성의 선망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유명세나 용모로 얻어지는 것들은 신기루 같은 것이라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 그래서 성공한 뒤에도 오만하지 않았고 희생과 봉사로 소중한 삶을 채웠다. 죽기 전 암으로 고통받는 순간에도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보듬었던 그녀는 남긴 유언조차 아름다웠다.

"기억하라.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봄은 가장 나중에 오고 겨울은 가장 먼저 오는 곳이 정상이다. 전망이 좋다고 꼭대기에만 머물 수는 없다. 올라가면 서둘러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데도 막상 봉우리에 올라가 보면 그렇게 되지 않는 모양이다.

혹여 잘 내려왔다 해도 화려했던 옛날을 떨치지 못하고 또 괴로워한다. 연예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다.

재물과 명예는 하루 아침 사라지는 안개와 같다고 했다. 권력 또한 무상한 것이라고 누누이 듣고 배웠다. 지위가 높아졌는가. 아니면 재산이 불어났는가. 조금이라도 '그렇다'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그 순간부터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힘을 쏟아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아무도 더 이상 "그것은 길이 아니야"라고 말해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율곡은 13세 때부터 내리 9번이나 과거에 장원급제했던 조선의 천재였다. 그런 그도 스무 살에 이미 자신을 경계하는 자경문(自警文)을 써 붙여 놓고 날마다 스스로를 채찍질 했다지 않는가. 영혼을 피폐케 하는 적은 바깥에 있지 않다. 가장 무서운 적은 언제나 내 안에 있는 법이다. '팝 황제'의 죽음에 비춰 보는 안타까운 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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