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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소리 이야기

목소리는 소리입니다. 소리는 말이 아니라서 의미보다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어떤 소리는 자연히 들려오고 어떤 소리는 지어냅니다. 물과 바람이 자연의 소리라면 새소리는 새가 만드는 소리입니다. 종종 새의 울음소리라고도 하는데 왠지 청승맞은 느낌이 들어서 그냥 새소리라고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사실 새는 슬프지 않은데 슬퍼하는 사람이 새에게 감정을 옮겨놓은 것이겠죠. 물론 새의 울음은 슬픔의 의미가 아니고 진동의 의미일 겁니다. 종소리의 울림처럼 말입니다. 우리말에서 울음은 슬픔이 아니라 울림으로 파악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의 소리는 여러 곳에서 납니다. 입에서 나는 소리가 대표적이겠죠. 입은 먹고 소리 내는 기관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먹을 때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먹고 나서 트림 소리가 나기도 하고, 피곤하여 기지개를 켜면 하품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입에서 나는 소리의 대부분은 말소리겠습니다만, 의외로 말보다 감정을 담은 소리도 많습니다. 비명이 놀람을 나타내고, 불만이나 기쁨을 나타내는 수많은 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말을 감탄사라고 합니다. 어쩌면 감탄사야말로 말이 아니고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입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인간의 신체 중 발성기관(發聲器官)은 입 말고는 없는 듯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발성기관은 여러 곳이 있습니다. 소리를 내는 곳이 발성 기관이라면 손도 발도 발성 기관이 됩니다. 박수 소리도 소리죠. 손뼉을 치며 노래에 장단을 맞추기도 합니다. 발을 구르는 것도 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인간의 몸은 그대로 발성 기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스스로 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점에서 입과는 구별이 됩니다.

스스로 소리를 내는 발성 기관도 입 말고도 여러 곳이 있습니다. 주로는 의외의 소리를 내는 곳입니다. 의외라는 말은 놀라는 경우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방귀 소리가 대표적이죠. 사람을 서로 깜짝 놀라게 합니다. 혼자 있을 때는 상관없지만 여럿이 있을 때는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잠깐 긴장이 풀리면 발성을 하고 맙니다. 웃을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웃음소리로도 가려지지 않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일본어로 방귀는 ‘오나라’라고 합니다. 대장금이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았는데 대장금의 주제가에 ‘오나라’가 들어가서 웃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코도 발성 기관입니다. 콧소리는 때로 비웃는 느낌을 주어 기분 나쁜 소리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비웃음이라는 단어의 ‘비’가 코를 의미하는 한자 ‘비(鼻)’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콧소리도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비웃음일 때는 큰 실수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웃음소리는 좋은 소리입니다. 음흉한 웃음이나 비웃음이 아니라면 웃음은 자연스러운 행복입니다. 웃음소리는 입에서도 나고 코에서도 납니다. 종종 손에서도 나고 얼굴에서도 납니다. 정말 기쁠 때는 내 모든 곳에서 소리가 나는 느낌입니다.

목소리는 사람의 감정을 담습니다. 똑같은 말도 어떤 목소리로 하느냐에 따라 전혀 느낌이 다릅니다. 타고난 목소리도 있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거나 책을 잘 읽으면 소리에 빛이 납니다. 그래서 노래하는 사람을 우리는 소리꾼이라고 했나 봅니다. 우리에게 듣기 좋은 소리는 노래일 겁니다. 그러나 가장 좋은 소리는 그리운 이,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아닐까 합니다. 군대 간 아들의 전화를 받고 문득 소리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목소리는 그리움입니다.

비대면의 시대가 길어지면서 기계를 통한 목소리가 익숙해졌습니다. 강의도 온라인으로 하고, 회의도 온라인으로 합니다. 만나서 이야기해도 마스크를 뚫고 나오는 답답한 소리를 듣습니다. 기계를 통한 소리가 아니라 서로 만나서 밝게 전달되는 소리를 듣고 싶은 나날들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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