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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 클리닉] 의료진의 첫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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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10/17 건강 1면 기사입력 2020/10/19 08:40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떨는지 생각해 볼 만하다. 물론 1, 2년에 한 번 피검사라도 해봐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 문을 들어서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병원에 오기까지 적지 않은 생각과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주위의 어떤 사람이 갑자기 대장암으로 수술 받은 것을 알고 나니 자신도 갑자기 속이 불편한 느낌이 온다든가, 잡지에서 어떤 병의 증세를 읽고 난 후 자신의 증세가 그와 똑같다는 생각을 한다든가 하는 것이다. 그러니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설 때 환하게 웃는 경우보다는 다소 위축되어 있는 듯한 기분으로 들어설 때가 많을 수 밖에 없다.

병원 문을 들어서는 사람들의 표정은 매우 다양하다. 평온한 듯 웃으면서 들어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왠지 쑥스러운 표정으로 안 올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왔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다. 오기 싫은데 그야말로 가정의 평화를 위해 누구 등쌀에 밀려 바쁜 시간 쪼개 가며 반 강제로 끌려온(?) 사람들도 있고 노심초사하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떨어뜨리고 들어오는 사람 등 모두가 가지각색이다.

의료진으로서 환자들의 이러한 표정 읽기는 구체적인 진료에 앞서 그들의 마음과 속을 진단(?)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이것은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좋은 방법으로, 진료의 첫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의사소통도 그들의 속마음과 심정을 읽고자 하는 따뜻한 관심 아래 원만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환자 대 병원의 딱딱한 사무적인 관계가 아니라,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한 열린 대화를 통해서만이 이상적인 임상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병원의 자세

현대 임상은 기술 중심의 의료에서 휴머니즘이 넘치는 의료로 전환되어야 한다. 즉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뜻과 마음이 없는 의료진은 제구실을 다할 수가 없다. 의료진에게는 환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우러나야 한다. 그리고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인내와 꾸준히 치료해 주는 정성을 터득해야만 한다. 또 병원은 환자들에게 안정감 있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이야말로 진료를 돕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병원의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 들려오는 기분 좋은 음악과 눈앞에 놓인 아름다운 꽃들은 아픈 사람들에게 커다란 생명력과 희망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 환자를 이렇게 속 편하게 앉아 기다리게 할 수 있다면, 그 병원은 벌써 그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자세가 갖추어져 있다고 할 것이다.

#현철수 박사 - 마이애미 의대 졸업. 예일대병원 위장, 간내과 전문의 수료. 로체스터 대학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스토니브룩, 코넬 의대 위장내과, 간내과 겸임 교수. 현재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를 창설,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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