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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이중잣대

한국인 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2017년 11월 7일 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했는데 국민들은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35분 연설에서 그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높이 찬양하고 기술, 과학,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 한국민의 탁월함을 극찬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 중 하나라고 강조하고, 미국은 막대한 군사력으로 남한의 방어를 보장하겠다고 재다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화려한’ 연설은 트럼프의 속 마음과는 사실 거리가 멀다.

최근 출판된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Fear)’와 ‘분노(Rage)’에 따르면 트럼프는 남한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서 ‘분노’는 총18회에 걸친 트럼프와의 녹음된 인터뷰에 근거하고, ‘공포’는 트럼프 측근들과 인터뷰한 내용으로 구성했다.



‘공포’에 따르면 트럼프는 취임 6개월 후 국방부 회의실에서 당시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백악관 참모들과 함께 한국 군사방어 문제에 대해 토의했다. 토의는 곧 열띤 논쟁으로 변했다.

트럼프의 주장은 간단했다. 미국은 한국 방어를 위해 막대한 군비를 지출하면서도 동시에 무역에서 큰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에 불이익을 주고 있는데 왜 도와야 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매티스와 틸러슨 장관은 미국의 한국 방어는 한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는데 보다 큰 목적이 있다고 반론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이 한국에서 철수하면 미국의 극동 방위비는 10배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경제위원회(NEC) 게리 콘 위원장도 한미 무역이 사실상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이에 분노를 터뜨리며 철수하라고 고함을 지르고 자리를 떴다. 그러자 국무부 장관 틸러슨은 트럼프의 뒤통수를 향해 모두가 듣는 가운데 욕을 하면서 “멍청한 녀석”이라는 말을 뱉었다. 몇 개월 후 틸러슨은 파면됐다. 얼마 후 국방장관 매티스는 사직서를 쓰고 물러났다.

‘분노’에 의하면 트럼프는 한국 국회의사당 연설 하루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의 헬기를 타고 오산 한미합동본부를 순회했다.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이 한국이 미군 캠프를 짓는데 전체 비용의 92%, 100억 달러를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왜 100%를 부담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사령관은 “나머지 8% 는 미국의 예민한 통신기구 설치 비용이기 때문에 우리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은 지난 15년 동안 막대한 방어비를 부담했고 곧 추가로 135억 달러를 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헬기는 서울 상공으로 움직였다. 고층 건물들과 도로망 등을 돌아보면서 트럼프는 감탄했다. 또다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것 모두 우리 돈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브룩스 사령관은 “우리가 촉진제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트럼프 말을 수정해 주었다.

한국 국회에서 했던 트럼프의 연설은 우방국에 대한 우호의 표시였을 뿐 두 권의 책에서 밝힌 내용과는 상반된다.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각기 다른 두 마음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용식 / 아이오아주립대 명예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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