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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두르고 페라리 모는 '中규수'···그들 실체에 16억명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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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10/21 17:47

사치품 논하고 고급 호텔에서 차 마시며
때로는 엘리트 남성 소개도 가능하다는
‘규수’ 클럽에 잠입한 블로거 폭로 글 화제
사기 힘든 명품을 여럿이 돈 모아 빌린 뒤
마치 자기 것인 양 사진촬영해 인터넷 올려
페라리도 60명이 6000위안에 빌

중국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글 하나가 있다. 제목은 ‘내가 상하이의 규수(名媛) 클럽에 잠입해 보름 동안 규수 관찰자가 되다’이다.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중국 내 조회 수가 이미 16억 회를 넘었다.





중국 내 한 호텔의 풀장에서 근사한 음료를 즐기는 모습은 실제 상황이 아니고 사진을 찍기 위한 것이다.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음료를 시켰기 때문이다. [중국 소후망 캡처]





중국의 유명 블로거 리중얼(李中二)이 상하이의 명문 규수들이 회원으로 참여한다는 인터넷 사교 커뮤니티에 잠입해 그 실체를 밝힌 것이다. 잠입했다는 건 남성인 그가 여성으로 위장해 모임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시작은 이렇다. 리중얼은 어느 날 대학 3학년 남학생의 상담을 받았다. 여자친구가 500위안(약 8만 5000원)의 돈을 빌려달라기에 왜 그러냐 물으니 상하이의 ‘바이푸메이(白富美)’ 규수가 모이는 채팅 그룹에 들어가기 위한 가입비가 필요해서라고 한다.





중국 내 한 호텔의 풀장에서 근사한 음료를 즐기는 한 여성의 모습. 실제로 먹는 게 아니고 사진을 찍기 위한 것이다. [중국 소후망 캡처]





바이푸메이는 피부가 하얗고 돈이 많으며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가리킨다. 그 채팅 그룹에 들어가면 여러 혜택이 있고 특히 돈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커플은 헤어진다. 삼관(三觀,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이야기를 들은 리중얼은 호기심이 발동해 자신의 신분을 여성으로 숨기고 가입비 500위안과 온라인결제 시스템인 즈푸바오(支付寶)에 10만 위안 이상의 잔고가 있다는 자산 증명을 한 뒤 한 규수 클럽에 들어간다.





중국 상하이에서 유행하는 ‘규수’ 클럽. 함께 돈을 모아 사치품을 빌려 쓰거나 고급 호텔에서 즐기는 모습을 사진 찍어 인터넷 공간에 올린다. [중국 바이두 캡처]





규수 클럽은 바로 초대장을 보냈다. 활동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에르메스와 디오르 등 사치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첫 번째고, 그다음은 지인들과 함께 상하이의 최고급 호텔에서 오후에 느긋하게 차를 즐기는 것이다.


마지막은 부정기적으로 아주 우수한 남성과의 만남을 주선한다는 것이다. 금융계 거물이거나 해외 유학 후 돌아온 엘리트라고 한다. 리중얼은 상하이의 부유한 여성과 사치품을 논하고 금융계 인사를 알게 되겠구나 하는 기대를 가졌다고 한다.





중국 블로거 리중얼이 여성으로 위장해 가입한 상하이의 한 규수 클럽 초대장. 사치품을 논하고 고급 호텔에서 차를 마시며 준수한 남성을 소개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중국 소후망 캡처]





그러나 얼마 후 자기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된다. 그가 보름간 활동하면서 알게 된 건 이 규수 클럽이 실제로는 여러 지인이 함께 모여 물건을 공동으로 구매하는 스마트폰 쇼핑 앱의 일종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상하이 리츠 칼턴 호텔에서 오후에 차를 마시는 2인 세트 비용이 500위안이다. 이 경우 6명이 모인다. 1인당 85위안씩을 낸다. 그러면 510위안이 돼 2인 세트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2인 1조로 3개 조가 순차적으로 입장한다. 차를 마시기 위한 게 아니다. 리츠 칼턴에서 오후에 차를 즐기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것이다. 나는 상하이의 ‘바이푸메이’로 이런 고급 호텔을 자주 드나든다는 걸 과시하려는 게 진짜 목적이다.





지난 여름 중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연속극 ‘서른 즈음’에는 30세 도시여성 세 명의 삶이 그려져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그뿐 아니다. 하룻밤에 3000위안 하는 리츠 칼턴 방도 예약한다. 15명이 200위안씩 낸다. 심지어 1일 숙박비가 5000위안인 상하이 불가리 호텔의 경우엔 40명이 125위안씩을 지불하고 빌리기도 한다. 모두 순차적으로 시간을 정해 이용하는 형태다.


호화 호텔에 묵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뒤 “경제적 독립은 참으로 상쾌하다”와 같은 글을 함께 올린다. 일부 규수 클럽 가입자는 이때 사계절 옷을 다 갖고 가서 다양하게 포즈를 잡는다고 한다.

자신이 사시사철 호화 호텔에 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이 클럽에선 또 에르메스 핸드백을 한 달에 1500위안에 대여한다. 그러면 네 명의 여성이 각각 350위안씩을 내고 제안한 이는 100위안을 더 낸다. 그리고 서로 사용할 날짜를 정한다.





중국 상하이의 한 규수 클럽에선 페라리와 같은 고급 승용차를 하루 6000위안에 빌려준다. 60명이 각 100위안씩 내고 순차적으로 페라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자신이 페라리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다. [중국 바이두 캡처]





고급 승용차 페라리도 마찬가지다. 6000위안을 내고 하루 동안 빌리는 방식이다. 60명의 여성이 100위안씩을 내고 참여한다. 차를 모는 게 아니라 페라리를 무대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구찌 스타킹도 여럿이서 돈을 내고 함께 빌려 사용한다.


왜 이런 곳에 상하이의 많은 여성이 몰리나.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하나는 실제로 경제적인 능력은 안 되지만 이런 공동 구매의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말로 백마 탄 왕자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다고 한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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