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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교육을 ‘구매’하는 시대

[LA중앙일보] 발행 2020/10/23 미주판 22면 입력 2020/10/22 18:10

한국의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학생 4명 중 1명이 가구소득 상위 10분위에 속하는 가정의 자녀로 조사됐다. 10분위는 전체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놓이는 소득의 300%를 초과한 가구를 말한다. 중간소득의 200~300%를 넘는 9분위까지 포함하면 이들 대학 학생 10명 중 4명이 9·10분위 가정의 자녀들이다. 반면 기초 생활자와 30%이하 소득 가정의 학생 비율은 5.8%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부유층 자녀의 명문대 입학률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또한 고소득층의 명문대 학생 비율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소득에 따른 교육 불균형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 수학능력 시험 SAT다. 칼 브리검이 고안한 SAT는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동일한 조건에서 학생들의 수학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시행됐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가구소득별 편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시험이 됐다.

2019년 12월 칼리지보드 발표에 따르면 2만 달러 이하 가구소득 가정의 학생 평균 SAT 점수는 970점(1600점 만점)이다. 4만~6만 달러 가정은 1070점, 10만~14만 달러 가정은 1150점, 20만 달러 이상 가정은 1230점으로 나타났다. 가구소득 수준에 비례해 점수는 올라간다.

조지타운대학의 켄 호마 교수의 조사에서는 중산층 가정 학생이 저소득층 학생보다 11% 더 많은 점수를 받고, 가구소득이 1만 달러 올라갈 때마다 SAT점수가 20점씩 높아졌다. 고소득층과 중산층 비교에서도 고소득층의 점수가 14% 더 높고 소득 1만 달러마다 점수가 11.5점씩 늘었다.

부모의 학력을 고졸에서부터 2년제 대학, 4년제 대학, 대학원, 전문대학원 등으로 구분했을 때도 SAT점수는 ‘예외없이 정확하게’ 부모의 학력순에 비례한다

최근 들어 SAT시험을 대학입학 사정에서 제외하려는 대학이 늘고 있다. 아이비리그 대학 중에서도 SAT 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학교가 생기고 UC계열도 입시에서 SAT점수를 반영하지 않는 수순에 들어갔다. 부유층 학생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시험을 입학사정에서 고려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분분하다. 그중의 하나가 ‘K자형 회복’이다. 고소득층의 코로나 극복은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저소득층의 피해는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는 교육 수준에 따라 코로나19 회복 속도의 차이가 크다고 보도했다. 연방노동부가 2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 기간인 지난 7개월 사이 고교 중퇴 이하 취업자는 18.3% 감소했다. 고졸 학력 취업자도 11.7%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졸 이상 취업자 수의 감소는 0.6%에 불과했다. 고학력·고소득층은 코로나 사태에도 별다른 경제적 타격이 없다.

귀족과 평민의 신분이 구별됐던 시대에 교육의 목적은 지금과 달랐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여가를 품위 있게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 교육의 목표가 경제활동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학문을 즐기는 교양의 영역이었다.

신분제가 사라진 산업화 시대에 교육은 경제적·실용적 가치가 더 크다. 출신보다 능력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면서 교육의 역할은 확대됐다. 교육은 계층 상승의 가장 효과적인 통로 역할을 한다.

빈부의 대물림처럼 교육의 대물림이 가속화되고 있다. 부모의 재력에 따라 자녀의 인생 출발선이 결정된다. 흙수저로 태어난 아버지가 아들에게 금수저를 들게 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교육도 돈으로 사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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