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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이중언어 교육의 사회·경제적 효과

나에게 영어는 외국어이다. 한국말이 모국어이다. 미국에서 40년 이상 살았어도 영어는 역시 외국말로 남아있다. 시간이 바꾸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언어와 문화를 통한 정체성인 것 같다.

언어 면에서 나는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니다. 미국인으로서는 영어 단어 숙지량이충분하지 않고, 한국인으로서는 표현이 구식이고 문화적으로 뒤떨어져 있다.

그런 내가 한글과 한국 문화를 알리는 비영리단체의 수장으로 봉사한다. 내게는 앞서 나열한 것 외에도 결격사유가 많다. 변하는 한국 문화와 정치에 대한 이해 부족, 소속 의식의 결여, 한국어 지도 경험 부족, 완벽하지 못한 한국어 쓰기 등이다. 또한 교사가 아니고 의사다. 여러 가지가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이런 요소들이 미국 교육행정가나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때도 있다. 내가 과학도 즉 의사이고, 부모와 할머니 자격으로 한국어 알리기 활동을 하면서 살아왔다는 점이다. 한국 교육부, LA교육원 등의 도움으로 정규 학교에 한국어 선택과목 신설이 확정되면 학교 한글프로그램의 후원을 약속하게 된다. 미국에서 후세들과 타인종 학생들이 한국어와 문화, 역사를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크다.



나는 여러 모임에서 이중언어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인 면에서 설명한다. 이중언어 능력이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을 넓혀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청소년기에 이중언어를 할 수 있게 되면, 사회.경제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컬럼비아 의과대학의 나탈리 브리토 교수와 킴벌리 노블 교수가 2014년 처음으로 발표했고, 2018년 보충 논문을 ‘발달과학’ 매거진에 기고했다.

내용을 간추려 본다. 출생해서 다섯 살까지 궁핍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지능지수(IQ)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6점에서 13점 정도가 낮다. 부모의 교육 정도, 수입, 직업, 지역적 환경(부촌 또는 가난한 동네) 등이 사회.경제적 입지를 좌우하는데 어린이가 불리한 조건에서 자라면 약 20%의 지능지수 저하가 생긴다. 여기서 어린이는 10살 이전의 아이들을 뜻한다.

지능은 타고 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론은 반대이다. DNA보다는 좋은 환경이 먼저라는 것이다. 두 교수는 사회.경제적 환경의 차이가 어린이들의 인지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강조한다. 사회.경제적 신분이 낮은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흔한 한국식 표현을 빌리면- 성장 후에 머리가 나쁘고, 따라서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참으로 실망스러운 연구 결과가 아닌가.

그러나 희망은 있다. 두 교수는 빈곤층에 속한 청소년 그룹 중에 한 가지 언어만 쓰는 그룹보다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그룹의 뇌 표면적이 넓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 표면적과 인지기능, 사회.경제적 성공의 삼각관계를 고려할 때 뇌 표면적의 확대는 지능의 열세를 극복한다. 즉 빈곤층 학생들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 가정의 청소년들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는 간접적인 증거였다.

2세들에게 이중언어 구사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은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사회·경제적으로 나은 삶을 사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길이 된다.


류모니카 / 종양방사선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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