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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300원에 위조사진 수천장 산다, 뻥뻥 뚫리는 中안면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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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10/30 13:02

솨롄(刷?)




[사진 셔터스톡]





중국에선 요즘 이게 ‘만능열쇠’ 다. 쇼핑하고 계산할 때, ATM에서 돈을 뽑을 때, 버스나 기차를 탈 때, 호텔 체크인을 하거나 집에 들어갈 때도 이것만 하면 만사 오케이다. 지갑도, 카드도, 스마트폰도 필요 없다. 솨롄만 있으면 된다.

얼굴(?)을 스캔(刷)한다는 뜻을 가진 이 단어, 중국이 자랑하는 안면인식 기술을 말한다.



[중국 CCTV 캡처]





중국은 안면인식 분야에선 최첨단을 달리는 나라다. 정부가 나서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사용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억이 넘는 방대한 중국인들을 '관리'하는 데 안면인식 기술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다. 지하철, 관공서, 대학, 은행 등에서 앞다퉈 안면인식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중국에선 얼굴 정보를 등록하지 않으면 생활이 불편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개인 정보와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나라에선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중국인은 마음이 편할까.



[HKET 캡처]





쓰면서도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관영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 26일 중국 중앙방송(CCTV)은 “최근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안면인식 기술이 남용된다고 답했다”며 “30%는 개인 정보 유출과 금전 피해를 보았다”고 전했다.



[중국 CCTV 캡처]





안면인식 기술의 허점은 중국 국책 연구기관이 직접 밝힐 정도다. CCTV에서 중국 정보통신연구원은 자체적으로 만든 위조 ‘가짜 얼굴’을 활용해 스마트폰 안면인식 잠금을 해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CCTV는 “3D프린터로 만든 이 ‘위조 얼굴’은 테스트 결과 성공률이 30%나 됐다”며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CCTV 캡처]





가짜 얼굴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사진이다. 이것만 있으면 얼굴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최근 중국 경찰에 의해 적발된 2건의 안면인식 위조 범죄를 보면 알 수 있다. 범인들은 불특정 다수 시민의 얼굴 사진을 무단으로 확보한 뒤 인공지능(AI) 기반의 ‘얼굴 변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안면인식을 통과할 수 있는 가짜 얼굴을 만들었다.
사진, 중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중국 CCTV 캡처]





CCTV에 따르면 중국 일부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선 수천장의 얼굴 사진이 단돈 2위안(약 330원)에 팔리고 있다. SNS가 발달한 중국이지만 저작권과 초상권 개념은 느슨하다. 쉽게 사진을 확보할 수 있다.



[중국 CCTV 캡처]





여기에 중국의 앱 운용사와 서비스 업체 일부가 자신들이 확보한 안면 정보를 유출하기도 했다. 이런 사진들이 범죄 집단에 흘러가면서 거래가 이뤄지는 암시장이 형성된 거다. CCTV는 “만일 개인 정보가 담긴 얼굴 사진이 범죄자의 손에 들어가면 자금 세탁이나 기타 불법 범죄의 신분 증명에 활용될 수 있다”며 “다른 이의 얼굴 사진으로 결제를 하는 등 금전상의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발전된 기술로 문제를 돌파하겠다는 생각이다.



[중국 CCTV 캡처]





CCTV는 “최근엔 스캔 된 물체의 생체신호를 효과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라이브 감지 기술이 개발돼, 사진이나 가짜 얼굴을 사용해 안면인식을 통과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며 “과거엔 6~8가지의 얼굴 특징을 가지고 인식을 했다면, 최근엔 수백 개의 특징을 분석해 얼굴인식을 하는 것으로 발전하고 있어 보안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에선 안면인식 기술의 범죄 악용 가능성에만 주목한다. 서구에선 한발 더 나아간 걱정을 한다. 국가나 기업이 개인의 정보를 독점하는 것, 그래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데 안면인식 기술이 쓰이는 것 아니냐는 거다.



[중국 CCTV 캡처]





실제로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얼굴 정보 등록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작했다. 모바일 서비스에 가입하는 신규 고객의 얼굴을 이동통신사가 의무적으로 스캔하라는 새로운 규정을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실시한 것이다. 신분증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기존 관례를 얼굴 스캔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중국 CCTV 캡처]





시민의 얼굴정보 빅데이터에 안면인식 기술, 여기에 중국 어디에나 있는 폐쇄 회로 카메라(감시카메라)가 더해진다면? 중국에서 개인의 행적은 ‘부처님(정부) 손바닥 안’이라고 보는 게 맞다.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반대 시위대. 공안당국의 안면인식 기술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마스크와 물안경을 썼다. [AP=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시위대에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 금지법을 시행할 때 홍콩 시민들이 격렬히 반대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이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을 ‘디지털 레닌주의’라며 경계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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