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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혼돈의 대선과 민주주의의 전통

넷플릭스를 통해 미국 TV드라마를 봤다. 정치 드라마로 제목은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다. 연방의회와 백악관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워싱턴 정치권의 권력투쟁, 부조리, 비리, 부패, 타락상, 권력남용, 범법행위 등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다. 일종의 픽션 드라마로, 보면서 현실 정치계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드라마를 보고, 주인공 역을 맡았던 배우 케빈 스페이시에게 실제로 워싱턴DC 정치판과 비슷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그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드라마에서는 긴장감이 도는 대통령 선거 장면이 나온다. 현직 대통령인 프랭크 언더우드는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에게 큰 차이로 밀린다. 그는 인위적으로 안보위기 상황을 조성해 투표율을 낮추게도 하고, 어떤 주에서는 투표소를 패쇄한다. 극심한 혼란 속에서 선거는 결국 소송으로 이어진다.

여야 양측 모두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수가 모자란다. 그래서 헌법이 정한 대로 투표는 연방의회로 넘어간다. 결국 하원에서 대통령, 상원에서 부통령을 선출하게 되어 현직인 언더우드의 당선이 결정된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전례에 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 46년간 살면서 여러 번 대선을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혼란이 극심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국민들의 후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이번처럼 심하게 양분된 적도 없었다.

극단적인 이념 대결도 치열하다. 가족과 친구끼리도 지지 후보가 다르면 서로 적처럼 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후보 당사자끼리의 비방, 흑색선전도 이번 대선이 가장 심한 것 같다. 예전에는 그래도 피차 상대방을 존중해 주었다. 대통령 TV토론도 이렇게 엉망인 적은 없었다. 선거 이후 극심한 ‘카오스’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많다. 앞에서 말한 TV정치 드라마 같은 경우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우편투표율이 금년에는 유난히 높기 때문에 개표가 지연될 수 있다. 부정투표 시비가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선거인단의 정·부통령 선출 예정일인 12월 중순까지 선거인단이 확정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힌 후보가 당선권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해도 상대방이 승복 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 갈 수도 있다.

2000년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가 대결할 때 최종 경합주였던 플로리다주 재검표 문제가 벌어졌다. 앨 고어 측에서 불복했지만 대법원의 소송기각 결정으로 그때는 쉽게 당락이 결정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 경합주들에서의 재검표 문제가 다시 제기되면 여러 이유로 개표가 지연될 수도 있다. 결국 어느 쪽도 선거인단 270명 이상을 확보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헙법이 정한 대로 대통령 선거는 연방의회로 넘어가게 된다.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할 경우 하원에 진출해 있는 각 주의 대표 한 명이 투표를 하게 된다. 각 주의 대표 1인은 그 주의 의원 수가 많은 당이 차지한다.

미국 대선 역사에서 이런 경우가 1801년과 1825년 두 차례 있었다. 미국은 주(State)가 연합해서 세운 국가이다. 1776년 미국이 독립을 선언하고 그후 합중국을 세울 당시 13개 주는 마치 독자적인 국가같은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러기 때문에 각 주의 대표성이 지금까지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미국 정치이다.

대통령 선거와 개표가 순조롭게 끝나고 후보자들도 결과에 승복해 미국의 민주주의 전통이 굳건히 지켜지기를 바란다.


김택규 / 국제타임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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