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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무릎팍 도사에게 배워라

[LA중앙일보] 발행 2009/07/23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09/07/22 18:56

이종호/편집2팀장

한국의 개그 토크쇼 '무릎팍 도사'가 동포들에게도 인기다.

진행자는 강호동 평균 시청률 15% 이상이다. 이 정도면 줄이고 줄여도 몇 백만 명은 본다는 얘기다.

150회가 임박했으니 거의 3년이 되어 간다. 그 동안 수 많은 명사들이 나와 자신들의 삶과 꿈과 고민을 털어놓았다. 연예인들만이 아니다. 박세리.장영주.조수미.엄홍길.허재.황석영 등 각 분야의 내로라 하는 사람들은 다 다녀갔다.

최근엔 안철수 교수가 출연해 진솔하고도 감동적인 얘기로 화제를 모았다.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로 또 잘 나가는 CEO에서 교수로의 변신 과정을 얘기하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가치있는 삶인지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진행하는 대담 프로그램 하나가 이렇게 주목받는 까닭을 생각해 본다.

출연자들이 말을 잘해서? 아니다. 제목 그대로 무릎팍 도사 강호동의 소탈하면서도 꾸밈없는 캐릭터 때문이다.

알다시피 그는 천하장사 씨름꾼 출신이다. 그런데도 남다른 노력과 공부로 최고의 MC가 되었다. 그는 솔직하다. 모른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때로는 황당한 무식(?)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상대를 편안하게 하고 진솔하게 만든다. 이름하여 소통의 달인. 무릎팍 도사의 진정한 가치는 이것이 아닐까 싶다.

이에 반해 신문과 TV의 사람 이야기는 너무나 정형적이다. 질문자의 필요가 우선시 되다보니 대답하는 사람의 필요는 정작 무시되곤 한다. 수많은 것을 물어놓고도 기사에 담아 내는 것은 몇 마디 밖에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시간 제약 때문에 지면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그로 인해 본의 아니게 전체 모습이 왜곡되기도 한다. 그런 곳에 어떻게 울림이 있고 감동이 있을까.

도사 앞에선 신문 매체 종사자로서 나 또한 반성하게 된다. 이대로는 안 된다 안 된다며 변신의 노력은 한다지만 으레 한 박자 늦거나 뒷북치기가 일쑤다.

흘러간 세월을 여전히 아쉬워 하고 아직도 과거의 전통이 최고라 집착한다. 남 잘 난 것에 대해서는 견제하고 폄훼하는 습관 또한 쉬 버리지 못한다. 그러면서 소통을 얘기하다니 면구스럽다.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아니라 내면에 감춰진 얘기에 더 공감한다. 격식을 차리면 진지해지긴 하지만 진실까지 담아내기는 어렵다. 무릎팍 도사는 이것을 알았다. 그래서 만남의 형식부터 허물었다.

잘난 척 하지 않고 가르치려 들지도 않았다. 출연자는 편안하게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시청자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게 진정한 소통이다.

소통은 먼저 나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민살이의 문제는 이게 잘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영어 편한 사람 따로 있고 한국말이 편한 사람 따로 있다. 20년 전에 온 사람 3년 전에 온 사람도 다르다. 게다가 1세 1.5세 2세 차이까지 있으니 정말로 소통이 힘든 곳이 동포사회다.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나를 감춰야 할 때가 있다. 모르면서 확실하지도 않으면서 아는 척도 해야 한다. 그 때문에 오해가 생긴다. 다툼도 일어난다.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것이 진짜 부끄러운 것이다. 나를 낮추고 상대를 인정해 주는 것 이것이 소통의 기본이다.

"그 부분은 제가 잘 모릅니다만…" 먼저 이렇게 말해보자. 소통을 가로막는 벽이 확 낮아 질 것이다. 무릎팍 도사에게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 우우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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