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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예수의 흔적은 어디 있는가

강남순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오직 한 명의 기독교인이 있었으며, 그는 십자가에서 죽었다.” 어느 철학자의 탄식이다. 예수는 인간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치고자 했는데, 기독교는 그 예수와 상관없는 권력 집단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기독교와 연관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이 철학자의 탄식을 떠올리게 된다.

지난 달 14일 경기도 남양주 수진사에서 한 기독교인의 방화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 방화자는 평소에도 사찰에 온 사람들에게 ‘할렐루야’를 외치며 “하나님을 믿으세요”하며 법회를 방해하였다.

2016년 1월에는 한 기독교인이 경북 김천 개운사에서 “미신이고 우상”이라며 불상과 불당을 파괴한 사건이 있었다. S교수는 이 사건에 대하여 사과하고 불상 재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을 했다. 이 일로 그는 18년 동안 가르치던 신학 대학에서 2017년 파면이 되었다. 그는 파면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냈고, 2019년 서울고법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대학은 2020년 11월인 지금까지도 그의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목사 정직, 출교, 파면 등을 쉽게 재판하는 이러한 기독교가, 더욱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지극히 관대하다. 성폭행 문제로 ‘PD 수첩’의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던 목사, 아들에게 교회 세습을 하는 대형교회 목사들, 또는 금전 문제와 문서위조 등으로 실형을 받은 목사 등에게 정직이나 출교라는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타종교를 모두 악마시하는 파괴적인 기독교 우월주의, 그리고 여성은 신부로, 감독으로, 담임목사로, 또는 총회장으로 일할 수 없다고 굳건히 믿는 남성우월주의가 한국 기독교의 토대가 되고 있다. 더 나아가서 성소수자는 교회·가정·사회를 파괴하는 ‘죄인’들이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가로막고, 성소수자들과 연대하는 교수, 학생, 목회자를 신과 성서의 이름으로 처벌하는 혐오한다. 이러한 기독교에서 무조건적 사랑, 환대, 연민의 삶을 살라고 가르치는 예수의 흔적은 어디에 있는가.

‘예수’라는 이름은 사업에 유리한 브랜드로 차용되며, 혐오와 배제, 자본과 권력에의 욕망만이 교회들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에서 기독교가 다층적인 ‘혐오 종교’의 대명사가 되는 것은 놀랍지 않다. 오직 소수의 교회와 목회자만이 묵묵히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할 뿐, 다수의 교회는 혐오의 정치, 배타와 정죄의 정치, 물질적 축복주의, 성공지상주의를 ‘예수 믿고 구원’이라고 포장하여 ‘판매’한다. 타인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면서도 예수 이름으로 권력에의 욕망을 채우고자 대중을 선동하는 무수한 목사들도 있다.

“진정한 기독교인은 십자가에서 죽었다”고 탄식한 철학자는, 예수는 인간에게 사랑과 환대와 연민을 가지고 살라고 가르쳤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 예수를 제도화한 기독교는 교황, 추기경, 감독, 신부, 목사 등 갖가지 조직과 수직적 권력구조를 만들어 거대한 권력집단으로 자리잡았다. ‘구원’을 내세워서 사람들에게 제도로서의 교회에 충실하고, 높은 자리에 앉아 화려한 의상으로 온갖 권위를 부여받은 전문종교인들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마치 구원의 유일한 길인 것처럼 왜곡시켰다. 거창하고 화려한 교회들과 엄청난 재정의 세계 최대의 교회를 자랑으로 내세우는 한국의 기독교에서, 예수는 어디에 있는가.

21세기 한국의 기독교는 ‘예수’와 ‘구원’을 면죄부처럼 팔면서 다층적 혐오정치를 기독교와 일치시키고 있다. 예수는 사회의 가장 소외된 사람들과의 연대, 사랑, 환대를 가르치고 실천하면서, 평생 노숙인의 삶을 살았다. 그 예수정신 속에 종교의 차이, 성적 지향의 차이, 성별의 차이, 또는 피부색이나 국적의 차이 등을 근거로 한 파괴적 혐오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근원적인 자성적 비판과 단호한 개혁이 일어나지 않으면, 한국의 기독교는 ‘예수’라는 상표는 사용하지만, 그 예수와 전혀 상관없는 ‘예수 주식회사’로 몰락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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