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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아름답다는 말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사람들은 많은 일을 합니다. 날마다 운동을 하고, 겉을 꾸미고, 늙어 보이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합니다. 늙지 않는 게 아름답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하루가 지나면 그만큼 우리는 달라집니다. 겉을 가꾸어서는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없음을 금방 깨닫게 됩니다. 아름다움은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이런 아름다움의 의미에 대해서 이미 느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무엇을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람에도, 세상에도 아름답다는 표현을 쓰지만 아름다움을 정의 내리기는 참 어렵습니다. 실제로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도 있죠. 그런데도 자꾸만 아름다움의 기준을 정하려고 하고, 구별을 지으려고 합니다. 정의도 수없이 많습니다. 아름다움이 무기라고 이야기하는 세상에서 참다운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삶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아름다운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보기에 좋은 것입니다. 보고 싶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보고 싶은 게 아름다운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가치가 있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말 ‘아름답다’는 참으로 특별한 세상을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아름답다’라는 말의 ‘아름’이 옛말에서는 ‘나(私)’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사(私)는 개인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나라는 뜻도 있습니다. 일본어에서도 사(私)를 ‘나’라고 해석합니다. 우리말에서 아름답다는 말은 ‘나답다’는 말입니다. 나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름답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야지 하고 다짐을 하지만 금방 나를 다른 이와 비교하고 맙니다. 내가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끼는 것은 남과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내 부족함을 깨닫는 것이 어찌 나쁜 일이겠습니까? 자꾸 비교하고, 자꾸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 하니 초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닌데, 불필요한 경쟁을 합니다. ‘선(善)’을 위한 경쟁이 아닙니다. 욕심이 커집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잘난 척하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삶이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안하무인(眼下無人)이라는 말은 자존감과는 거리가 먼 말입니다. 자신감, 자존감과 자만심은 종류가 다른 말입니다. 겸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겸손한 것은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겸손한 척하는 것은 잘난 척과 마찬가지로 문제입니다. 진정으로 겸손한 것은 나의 부족함을 깨닫는 것이지 부족한 척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말에서 아름답다는 말은 우리에게 나로서 살아가라고 말합니다.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아름답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겁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아름다워져야 할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릴 때는 다른 사람처럼 되려고 애쓰며 살고, 더 화려해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나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젊음은 겉모습으로 빛이 나는 때이기에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보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나로서 살지 못하게 합니다.

아름다움은 외모의 문제가 아닙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겉모습으로 아름다움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내게 이미 주어진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면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또한 남과의 비교는 나를 남이 되게 만듭니다. 타인의 모습으로 사는 겁니다. 그런데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다 보면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남도 귀하게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나도 이렇게 귀한 데 남이라고 귀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깨달음의 순간입니다. 바로 그 순간 내가 변합니다. 아름다워집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게 됩니다. 아름다움이란 그런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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