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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 닮은 전세대책…민간·서민·월세 건너뛴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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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11/20 12:12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11·19 전세대책 논란
수요 분산 대책 빠져

중산층 중형임대 지원
지속 가능성은 미지수



정부가 지난 10년간 전세대책을 재검토해 마련했다는 전세대책이 논란을 낳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세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과거 10년간 모든 전세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 발표된 전세대책에 대해 한 말이다. 이번 전세대책은 지난달 23일 “전세가 안정을 위해 최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 가까이 고민한 결과였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홍 부총리의 발언과 반대다. 과거 10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오히려 뒤집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 대책들을 무시하고 적폐 청산하듯 독주했다”고 꼬집었다.

이번 전세대책은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에 이은 ‘공공전세’가 핵심이다. 주택공급대책에 이어 전세대책까지 정부가 직접 핸들을 잡기로 했다. 민간 불신이다. 심판이 선수를 제쳐놓고 골을 넣겠다며 뛰는 셈이다.

당연히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논란을 낳고 있다. 정부는 ‘빅 브러더’ 우려를 낳은 부동산거래분석원과 주택정책을 전담하는 주택지역개발부(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언)을 추진하며 이미 몸집과 힘을 키우던 터다. 전문가들은 “‘급등’ ‘불안’을 키운 정부가 민간을 제외하고 좌지우지하면 시장 왜곡이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매시장 완화 배제
정부는 또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등 수요 관리형 대책을 배제했다. 시장 진단에선 수요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정부는 브리핑에서 “다주택자·갭투자 규제, 임대차 3법 등 실수요자·임차인 주거안정을 위한 필수적 조치에 따른 수요와 매물의 동시감소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대책은 공급에만 치중했다. 매매시장 대책에선 공급 확대에 앞서 수요 억제를 우선하더니, 전세대책에선 공급량을 빨리 ‘상대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전세 수요 관리를 뺀 것이다.

정부가 수요 관리를 뺀 이유는 있다. 매매 규제 완화가 집값을 다시 자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전세난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전세는 전세대로, 매매는 매매대로 불안하다.

돌파구는 매매 규제 완화에서 나올 수 있다. 생애 최초 구입자 등 실수요의 주택 구입 문턱이 낮아지면 전세수요가 일부 매매로 돌아설 것이다. 다주택자 매물이 늘면 매매가격도 안정될 수 있다.

과거에 이미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전셋값이 뛰기 시작할 때 정부는 처음에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전세보증금 지원을 주 내용으로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전셋값 불안이 잡히지 않고 상승세가 커지자 2013년 8월 ‘전세수요의 매매 전환 유도’를 첫 번째로 내세운 대책으로 선회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매매수요 분산책이 없는 게 이번 대책의 주요 한계”라고 말했다.




자료: 국토부





중산층 중형임대 부활
정부는 중산층용 중형 임대주택도 도입하기로 했다. 소득요건을 중위소득 150%로 완화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연 소득 8500만원까지 대상이다. 전용 60㎡ 이하 위주인 임대주택 크기를 30평대인 85㎡로 늘린다. 거주 기간은 최장 30년이다. 중위 소득 이상 전셋값이 주변 시세의 80~90%다. 정부는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부른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계층으로 공공 임대주택 서비스가 확대되고 중산층의 내 집 마련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력이 있는 중산층에게 국민 세금을 들여 임대주택을 지원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있다. “20~30대는 상가에서 살고 억대 연봉에 가까운 중산층은 넓고 질 좋은 주택에 평생 살 수 있다는 말이냐”는 불만이 들린다.





정부는 호텔·상가·오피스 등을 리모델링해 전셋집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세종시에 있는 상가에 '임대·매매' 안내판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중산층용 임대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 실험된 적이 있다. 전용 85㎡ 초과의 10년 임대주택을 도입해 2006년 판교 등에서 분양했다가 사라졌다. 2007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변 시세의 80%에서 20년까지 살 수 있는 ‘시프트’(장기전세주택)를 도입했다. 지금은 행복주택 등에 밀려나고 있다.

게다가 임대주택 공급이 ‘적자’ 사업이어서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시프트 2만8000가구를 공급했고 누적적자가 1조3000억원에 이른다. 가구당 5000만원 정도다. 재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부인해도 서민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서민용 임대주택 공급을 줄이지 않고 얼마나 많은 집을 중산층이 원하는 도심에 지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계획한 중형임대 공급 지역은 3기 신도시 등 서울 이외 수도권이 대부분이다. 이현석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민간 영역을 침범했다”며 “정부는 서민 임대주택 공급에 집중하고 중산층 임대주택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 전환 지원
정부는 월세의 전세 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공지원민간임대에서 월세형보다 전세형에 금리 인하 등 혜택을 준다. 월세를 선호하는 오피스텔 임대도 전세형에 공공택지 공급 우대 등을 해주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도 ‘전세형 주택’ 공급만 다뤘다.


그러나 정부가 전세난만 보고 월세난을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차 시장이 점점 월세로 기울고 있다. 늘어나던 월세 계약 비중이 주춤하다 지난 7월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월세 계약 비율이 지난 8월 이후 지금까지 30.7%로 지난 4~7월 27.8%보다 3%포인트가량 올라갔다. 이달 계약분에선 39.2%까지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0.89%)이 전세(3.86%)보다 낮아도 감정원이 통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최고다. 지난 8월 이후부턴 0.1%가 넘는 월간 상승률을 이어오고 있다.



계약일 기준. 자료: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박원갑 국민은행 전문위원은 “전셋값은 목돈이지만 월세보다 훨씬 낮은 금리를 감안하면 세입자가 매달 피부로 느끼는 부담은 월세 상승이 더 크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부장은 “세액공제 확대 등으로 월세 주거비 부담을 전세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며 “세입자의 월세 부담감이 줄면 전세 수요를 간접적으로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월세 부담 완화는 신규 전셋집 품귀에다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 비율(70%)과 전·월세 중 전세매물 비율(50%)간 20% 정도의 ‘미스매치’까지 겹쳐 가중된 전세난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이 역시 홍 부총리가 말한 과거 10년 내 활용했던 정책이다. 2013년 정부는 전·월세간 주거비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월세를 지원하는 ‘주택임대차시장선진화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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