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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소녀 ‘홈즈’가 찾아야 하는 것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문화디렉터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문화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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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11/21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20/11/20 18:14

16세 소녀의 생일날, 함께 사는 어머니가 사라진다. 아버지 장례 이후 한 번도 본 적 없는 한참 손위의 두 오빠에게 소녀가 연락하게 된 배경이다. 큰오빠는 마이크로프트. 영국 정부에서 일하는 고위 공무원이다. 작은 오빠는 셜록.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바로 그 탐정이다. 하지만 어머니를 찾는 것도, 또 다른 사건인 젊은 후작 실종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오빠들이 아니다. 여동생 에놀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에놀라 홈즈’의 주인공이다.

극 중 배경은 19세기 후반이지만, 에놀라는 요즘 관객 눈높이에서도 충분히 주체적이다. 오빠들이 시키는 대로 교양 있는 신붓감을 길러내는 기숙학교에 가는 대신 런던으로 도망쳐 어머니를 찾으려다가 크고 작은 모험을 겪는다. 활동에 편한 남장은 물론 거추장스러운 코르셋까지 활용해 귀부인처럼 변장하는 기지도 발휘한다.

셜록을 현대에 소환한 BBC 시리즈 ‘셜록’에 나온 여동생 유러스가 천재 사이코패스였던 것과 달리 에놀라는 재기발랄하고 유쾌하다. 물론 유러스도, 에놀라도 코난 도일은 모르는 인물이다. 코난 도일이 직접 만든 셜록의 형제자매는 형 마이크로프트뿐이다.

에놀라를 창조한 사람은 미국 작가 낸시 스프링어. 젊은 시절 극심한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다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그는 지금까지 청소년 소설 등 50여편의 작품을 펴냈다. 그 중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6권까지 이어졌는데, 2006년 나온 1권 ‘사라진 후작’이 이번 영화의 바탕이 됐다.

21세기에 탄생한 새로운 여동생을 홈즈는 어떻게 생각할까. 코난 도일은 1930년 세상을 떠났지만 후손들로 이뤄진 코난 도일 재단은 영화 공개에 앞서 지난 6월 작가 스프링어와 출판사, 영화사 등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상표권 외에 60여편의 셜록 홈즈 관련 작품 가운데 작가의 말년인 1923~27년에 나온 10편을 근거로 댄다. 이전의 셜록은 천재적이되 인간적으로는 냉담했던 반면 제1차 세계대전으로 작가가 아들과 형을 잃은 뒤 쓴 이들 작품에서는 셜록이 “따뜻”해지고 “여성을 존중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이 10편을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대부분의 셜록 홈즈 관련 작품은 작가 사후 70년 또는 발표 후 95년이 지나 저작권 시효가 사라졌지만 말년의 작품들은 아직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 ‘에놀라 홈즈’의 셜록은 형 마이크로프트에 비하면 에놀라에게 동정적이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인 조력자는 아니다. 매번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명탐정 셜록의 광팬이기도 한 에놀라 자신이다. 영화는 나아가 에놀라의 과제가 ‘엄마 찾기’가 아니라 ‘나 찾기’라는 걸 강조한다. 정교한 추리극은 아닐망정 성장물로서 현대적 변용의 재미가 있다. 그 활약이 이어지려면 소송의 해결책부터 찾아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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