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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제동장치 없는 사회

극단주의로 가는 세상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중심을 지키는 시민의식

최초의 자동차용 브레이크는 마차에 쓰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엔진 실린더의 상하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꾼 ‘플라이휠’에 가죽 벨트를 걸어 사람의 힘으로 마찰력을 가하는 방식이었다.

엔진의 출력이 커지면서 다른 제동장치가 등장했다. 페달식 브레이크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했다. 운전 중 발로 밟는 간단한 동작과 작은 힘만으로 큰 제동력을 가할 수 있어 커진 내연기관의 힘을 제어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나온 브레이크는 드럼식 브레이크다. 지금도 버스나 트럭에 사용하는데 자동차 축 안쪽에 드럼 모양의 장치를 넣고 마찰력을 가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하이드로백(Hydrovac)’이라는 장치가 발명됐다. 쉽게 말하면 물을 채운 주사기와 같은 원리다. 주행 중 흡입한 공기를 이용해 하이드로백을 진공 상태로 만든 뒤 브레이크액을 채운 실린더(주사기)에 균일하게 강한 힘을 전달한다.

1955년 내구 레이스(쉬지 않고 달려 먼저 들어오는 차가 우승하는 방식)인 ‘르망24’에서 드럼 브레이크를 장착한 머세이디스-벤츠 경주용 차량이 관중석을 덮쳐 3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밀폐된 구조인 드럼 브레이크가 과열돼 제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후 휠에 디스크를 달고 브레이크 패드가 달린 로터로 잡아 제동력을 가하고 열을 잘 식힐 수 있는 디스크 브레이크가 보편화됐다. 처음으로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한 재규어 타입D 경주차는 1955년 참사가 있던 해를 포함해 3년 연속 르망24를 제패했다.

전기차는 공기를 흡입하지 않기 때문에 하이드로백 내부를 진공으로 만들기 위한 별도 장치가 필요하다. 모터를 이용한 유압 부스터라는 장치로 하이드로백 내부를 진공 상태로 만들어준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저항이 발생해 속도를 줄이고 충전까지 하는 회생 제동 장치도 있어 처음 타는 사람은 이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동력원의 발전 못지않게 중요한 게 제동 시스템의 발전이다. ‘가장 빠른 차는 가장 잘 서는 차’라는 자동차 업계의 금언이 나온 이유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급속도로 달리는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장점으로 만들려면 좋은 제동장치가 필요하다. 극단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냉철한 시민의식이 우리 사회의 제동장치가 아닐까.


이동현 / 한국 중앙일보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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